2010. 7. 29. 오후
내가 이 생을 살면서 잘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붓다께 고두례를 올린 것
고흥 운대리의 수도암을 벗어나 지도를 살피다가
포두면 봉림리의 금탑사를 찾았다.
고흥반도의 천등산 자락에 위치한 금탑사
고흥 금탑사는
신라의 원효대사가 창건한 사찰로서
<대동지지>에는 신라 문무왕의 태를 이곳 금탑사에 봉하였다는 기록이 전한다고 한다.
고흥반도의 수려한 산자락 가운데서도
금탑사가 앉은 천등산은
가섭 존자가 그의 어머니를 위하여 천 개의 등을 밝힌 천등불사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하는데
나는 세세생생의 내 어머니를 위해 하나의 등이라도 제대로 밝혔는지 생각하매 발끝이 저려온다.
금탑사 극락전
정유재란 당시 소실되어 선조 37년에 중건하고
이후 숙종 18년에도 화재로 소실되었으나
이 극락전만은 다행히 불길을 피하였으니
금탑사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이 바로 이곳이다.
등불 하나 켜는 심정으로 고두례를 올린다.
법당 내부 천장의 모습
용의 얼굴은 법당 밖으로 향하였고
천장에는 몸통과 꼬리들이 크게 출렁인다.
아미타 빛의 궁전에 세월의 흔적이 내려앉고 있다.
금탑이 있어 금탑사라 하였다는 이곳에 들어서 있는 오층석탑.
수도암에서도 나한을 모신 무루전이 먼저 눈앞에 닿더니 이곳에서도 나그네를 이끌어주는 나한전.
시원한 물 한 모금을 받아 마신다.
물길을 따라 내려오던 나팔꽃도 이쯤에서 쉬고 있다.
목을 축이고 돌담에 기댄 상사화를 따라 천천히 걷는다.
극락전 옆으로는 선방으로 가는 길이다.
적막한 길에 발을 들여놓자 삽살개 짓는 소리가 들린다.
금당 옆에서 천둥이가 지켜보고 있다.
천둥이에게 해 줄 말은 없으니
시 한 수 던져둔다.
晩登金塔寺 해질 무렵 금탑사에 올라
携友一徘徊 벗을 이끌며 거니노니
上界煙霞靜 저 하늘 위로는 노을빛 구름 고요하고
中天日月開 중천에는 해와 달이 열렸네.................................... // 題金塔寺, 영해약탄(影海若坦; 1668~1754)
대한불교 조계종 제21교구 송광사 말사로서 비구니 스님들이 정진하고 있는 곳.
산길을 내려가는 나그네를 위해 옥수수를 건네주셨다.
감사하고 감사할 따름이다.
내려오는 길에 금탑사 비자림을 만난다.
금탑사 계곡 주변과 기슭에 자리한 3300여 그루의 비자나무 숲.
늘 푸른 그들의 심호흡으로 산은 늘 싱그러울 것이다.
천등산 금탑사
등불 하나 켜고
스스로 빛나는 탑이 된 세상 모든 어머니들에게
이 모든 푸르름을 회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