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에 비로소 가을이 들었다.
가을에 걷기 좋은 길
한라산 존자암 가는 길
가을과 겨울 사이의 평화로움이 불래오름 기슭 존자암지로 이어진다.
내리는 가을 오르는 겨울
그 사이의 짧은 찬란함
그러나 이 가을의 찬란함은 아마도 2~3일을 못견딜듯하다.
졸졸졸 시냇물 소리
바스락바스락 낙엽 밟히는 소리
가을소리 듣다보니 어느덧 일주문
이끼정원 존자암
제주특별자치도 기념물로 지정보호되고 있는 존자암지는 제주불교의 발원지로 한라산 서북방향 영실 불래오름 남쪽 기슭 해발 1200m고지에 있다. 1990년 제주대학교 박물관 발굴조사 당시 건물지, 목탑 추정지, 부도지, 배수시설, 고려말 명문기와, 상감청자, 분청사기, 백자 조각 등을 발견하였다. 1998년부터 2004년 사이에는 대웅보전과 국성재각, 누각 등을 복원하였다.
범종각. 조릿대의 키는 해마다 쑥쑥 자라고 있다.
건물 추정지
폐허 위로 이끼가 기어올라온다.
대웅보전
대웅보전의 석가모니불
아하, 가을이다
국성재각
존자암은 한라산 산신제의 성격으로 추정되는 국성재가 행해지던 곳이었다. 존자암의 국성재는 제주목, 정의현, 대정현의 세 고을 수령 중에서 차출된 사람이 봉행했다.
존자암지 세존사리탑
세존사리탑은 석종형의 부도로서 제주도 현무암으로 조성되어 있다.
존자암.
이곳은 어떤 곳일까.
홍유손의 『소총유고』 「존자암개구유인문」에는 “존자암은 삼성三姓이 처음 일어설 때부터 비롯되었으며, 이는 삼읍이 정립된 이후에도 오래도록 전해져 왔다.”라는 기록이 있다. 탐라국 시대에 불교가 탐라에 유입되었고, 그 증거가 존자암이라는 것이다.
조선의 임제, 김치 등은 이곳 존자암에서 머물다가 최초의 영실옥좌 구존자암지를 둘러보고 한라산으로 올랐다. 과연 그들은 어떤 경로로 이 존자암지와 옛 존자암지를 걸었던 것일까. 김치목사는 이곳에서 영실옥좌 존자암까지는 6~7리 정도라고 기록해 놓았다.
그들은 물길을 따라 길을 걸었을 것이다. 물가에서 사람도 말도 목을 축였을 것이다.
탐라국 건국 초기의 모습을 상상해 볼 수 있는 한라산 존자암. 과연 그 존자는 누구이며, 그 최초의 존자암지는 또 어디인가. 조릿대는 무성하게 자라며 옛길을 덮어버리고 있는데, 연구자들에게까지 영실옥좌와 수행굴 등을 열어주지 않는 당국의 처사가 올바른 것인지 의구심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