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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 구름 그리고 섬

절부암

by 산드륵 2008. 2.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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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쓰지 않으면 모를

풀꽃의 향기

 

그대 이름을 부르는 일도 그러합니다.

 

그대가 알고 있는 것보다

조금 더 많이

그대를 사랑한 이야기

 

항구의 이야기

멀리 떠나보낸 이야기

 

그 이야기는 당산봉에 올라 들을 수 있습니다.

 

동쪽에서 보면

노승이 북을 두드리는 것처럼 보인다는

한경면 고산리 당산봉

 

가슴에서

작은 북이 울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그렇게

경건히

그대를 보냅니다.



북은 내가 울렸지만

그 운률에

흔들리는 물결은

이미 나를 떠난 풍경이 되었습니다.

 

이것이 삶이었습니다. 

당산봉 기슭의 조그만 무덤

 

강총각과 고처녀를

가여워하여 세운 비석


살붙이 없던

둘이 만나 살다가

강총각은 바다에서 죽고

고처녀는 목을 매어 죽었습니다.

 

고처녀는 많이 외로웠었나 봅니다.


가여운 것들 옆에

향기를 숨긴 꽃들이 피어

외로움을 달래주고 있습니다.

 


차귀도에서 대나무를 베어다

바구니를 만들어 팔며

어렵게 살던

강총각과 고처녀.

 

그러나 강총각은

바다로 나가 풍랑을 만납니다.

 

 

그리고 다시 돌아오지 않자

고처녀는

그리움에 목을 매고 맙니다.

 

그녀의 마지막 고무신이 놓여있던 바위입니다.

제주도 지방기념물 7호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당시(1852) 판관이던 신재우가

고처녀가 목맨 자리의 바위를

절부암이라 이름붙였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매월 음력 삼월 15일에

두 사람을 위한 제사를

지내고 있습니다.

 

한쪽에서는 풍어를 기원하며

또 한쪽에서는 항구의 슬픈 사랑 이야기를 노래하며


삶은

그렇게

붉게 피고

또 그렇게

후두둑 후두둑 떨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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