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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와 3

문형순... 그리고 모슬포

by 산드륵 2008. 3.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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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길은

과거로 흘러가지 않습니다.

우리들의 역사도

언제나 현재라는 걸

그런데도 왜 잊고만 사는 걸까요.

 

문형순!

독립투사 출신으로 단신월남하여 경찰에 투신한 이후

1948년 3월 14일 대정읍 영락리 마을 청년 양은하가

모슬포 경찰서로 끌려와 고문치사 당했을 때

모슬포 경찰서장이었던 그 사람!

 

그러나 제주 4.3이 발생하자

무고한 백성들을 살리기 위해

돌아서서 경찰의 총구를 막아섰던 사람

 

그 사람의 비석이

대정읍 하모 3리로 들어서는 일주도로 변 짐개동산에 서 있습니다.

 

성산포 경찰서장으로 자리를 옮긴 뒤에도

백성에 대한 무자비한 발포 명령에 대해

'부당하므로 불이행'하겠다며

대량학살을 막아냈던 그 사람!

 

권력만을 따랐다면

4.3의 가해자였을 수도 있었으나

목을 옥죄오던 가책의 끈을 풀고 

끝끝내 백성을 지켜낸 그 사람의 마지막은

그러나 참으로 쓸쓸하였다고 합니다. 

 

 

경찰을 떠난 후

영화관에서 상영될 그림을 그리며 노후를 이어가다가

그 사람, 문형순은

굳어버린 물감처럼 외로이 죽어갔습니다.

 

문형순이 떠난 이후 모슬포에는 일이 많았습니다.

대정초등학교에서 가까운 이곳은 고구마 저장창고였는데

제주 4.3 당시 각지에서 잡혀온 백성들이

구금되어 있다가 대량학살되기도 하였습니다.

 

대정고등학교가 들어선 이 자리도 마찬가지입니다.

당시 대정읍에는 

지역주민들로 구성되어 경찰을 돕던

특공대라는 조직이 있었습니다.

이들 특공대는 경찰이 토벌을 나갈 때

죽창으로 무장하여 최전선에 배치된 후 총알받이로 쓰였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특공대는 죽창보다는 총을 주면 좋겠다라는 말을

경찰측에 전합니다.

그러자 경찰에서는 특공대원들 중 가장 우수한 자들을 모아오라 했고

그에 따라 11명의 명단을 올리자

1949년 1월 10일 이곳에서 총살 시켜버립니다.

제주도민들을 믿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입니다.

  

당시 이원호 등 특공대원들이 총살당한

대정고등학교 정문 바로 앞에는

일본군 발전소로 추정되는 군사시설도 보입니다.

 

내부 사진입니다. 

 

모슬봉 정상에 박힌 일제강점기의 군사기지

 

조선시대 봉화대가 있던 이곳에

일제 기지가,  미군기지, 대한민국 공군기지가 계속 되어 왔습니다.   

 

1947년에는

이곳 모슬포에

국군의 전신인 국방경비대 제9연대가 창설되었고

1951년에는 육군제1훈련소도 출범합니다.

사진은 육군제1훈련소 정문 유적입니다.

  

육군제1훈련소가 자리하고 있던 기지입니다.

이곳에서 제 9연대가 창설되고

이후 제주 도민 대량학살의 주역인 2연대도 들어옵니다. 

 

1952년에는 육군소장 장도영이

군인들의 정신력 강화를 위해

강병대 교회도 창설했습니다. 

 

모슬포에는

육군제1훈련소와 더불어

의무대인 98병원이 50여동의 건물과 함께 지어졌는데

대정여고에 1동이 남아있습니다.

개축 등을 통해 옛 모습은 거의 사라지고 없습니다.

 

98병원 정문만이 인근 경작지에 남아 있습니다.

 

대정초등학교입니다.

이곳도 제주 4.3과 한국전쟁 당시의 사연들을 간직하고 있는 곳입니다. 

 

해방의 기쁨을 표현한 비석.

 

한국전쟁 이후 

이곳으로 잠시 이동했던 공군사관학교의 공군사관훈적비.

 

육, 해, 공군이 모두 이 모슬포에 모여있습니다.

 

학교를 벗어나 상모리로 달립니다.

벗어날만 하면

곧 일제 군사시설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백조일손 쪽으로 좀더 달리니

농남못 앞에 서 있는 주먹사단 기념비를 만납니다.

모슬포에서 창설된 육군제1훈련소 제 29사단을 기념하기 위해

최홍희 사단장이 세운 것이라 합니다.

최홍희 장군의 각별한 태권사랑으로 인해

태권부대라고도 불렸습니다.

훼손되어 있던 것을 복원해 놓은 것입니다.

 

역사는 현재입니다.

지금 이 순간 우리가 이 땅에 꽂아야할 지표를

역사는 말해줍니다.

그런 의미에서 모슬포는 포연만 가득한 전쟁의 땅이 아닙니다.

이 땅 모슬포에서

우리가 읽어야 할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당신 가슴에 포연만 가득하다면 이제는 지우십시오.

당신의 평화가 곧 우리 모두의 평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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