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드륵 2009. 3. 26.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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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알약처럼 

봄꽃이

지천에 피었습니다.

 

알 수 없는 미열은

가볍게 무시하고

길을 나서기 좋은 계절이니

주저할 이유가 없습니다.  

 

비치미에서 바라본 개오름

성읍 2리 구룡동 마을로 들어서 골목길을 계속 달리다가

저 삼나무를 따라 길게 쳐진 철조망을 넘어

비치미로 올랐습니다.

정상적으로 오르고 싶은 분이라면

제주시에서 성읍으로 가는 길을 타다가

부성원 식물원을 지나 있는 

조그만 오솔길로 올라가면 됩니다. 

 

면적은 지워버리고

선으로만 살다가

한 점도 없이 사라지고 싶습니다.

 

애착으로 끌어가는 인생

애착을 담아둘 곳이 없음을 알면

매듭이 풀릴 만도 한데

저는 아직 숙제를 다하지 못했습니다.

 

꿩의 형국을 닮았다 하여 비치악(飛雉岳)이라 불린다는데

제 눈은 어두워 꿩 그림자도 보이지 않습니다.

 

오름의 굼부리 안에 있는 무덤에는 '飛峙岳'이라 표기되어 있습니다. 

 

자세히 보면 이렇습니다.

비치飛峙!

그저 치솟아 오르고 싶었나봅니다. 

 

그 뜻을 잘 새겨 극락왕생 도와주시길...

_(())_ 

 

비치미 오름과 함께 한 도리미 오름 

 

비치미에 한 번 더 오고 싶어서

도리미는 눈으로만 보고 말았습니다.

모든 게 핑계입니다.

 

빛 

 

 

지상의 빛, 선

 

허공의 빛, 선 

 

내가 좋아하는 소똥 

 

소똥으로 굴묵 지지던 생각에 한참을 반가이 들여다 보았습니다. 

 

가까이 보이는 것은 따라비 오름

저기에 점을 찍어둡니다.

남영목장에서 3.5킬로는 걸어야 오름 아래에 도착할 수 있다고 해서

잠시 보류 중입니다. 

 

한라산은 어디서나

제주 사람들의 방향타.

 

길 건너 좌보미도 시원스레 잘 보이는군요. 

 

아픔과 상관없이

봄은 또 그렇게 흐르고 있습니다.  

 

그 봄 속에서

한참을 앉아 있기에 좋은 곳

 

'지쳤다'라는 병명을 가진 이라면 더더욱

탁 트인 오름 위에서

바람에 모든 것을 맡겨 봄도 좋은 처방일 듯 합니다. 

 

 

 

 


What A Wonderful World-Louis Armstr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