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치미
수많은 알약처럼
봄꽃이
지천에 피었습니다.
알 수 없는 미열은
가볍게 무시하고
길을 나서기 좋은 계절이니
주저할 이유가 없습니다.
비치미에서 바라본 개오름
성읍 2리 구룡동 마을로 들어서 골목길을 계속 달리다가
저 삼나무를 따라 길게 쳐진 철조망을 넘어
비치미로 올랐습니다.
정상적으로 오르고 싶은 분이라면
제주시에서 성읍으로 가는 길을 타다가
부성원 식물원을 지나 있는
조그만 오솔길로 올라가면 됩니다.
면적은 지워버리고
선으로만 살다가
한 점도 없이 사라지고 싶습니다.
애착으로 끌어가는 인생
애착을 담아둘 곳이 없음을 알면
매듭이 풀릴 만도 한데
저는 아직 숙제를 다하지 못했습니다.
꿩의 형국을 닮았다 하여 비치악(飛雉岳)이라 불린다는데
제 눈은 어두워 꿩 그림자도 보이지 않습니다.
오름의 굼부리 안에 있는 무덤에는 '飛峙岳'이라 표기되어 있습니다.
자세히 보면 이렇습니다.
비치飛峙!
그저 치솟아 오르고 싶었나봅니다.
그 뜻을 잘 새겨 극락왕생 도와주시길...
_(())_
비치미 오름과 함께 한 도리미 오름
비치미에 한 번 더 오고 싶어서
도리미는 눈으로만 보고 말았습니다.
모든 게 핑계입니다.
빛
선
지상의 빛, 선
허공의 빛, 선
내가 좋아하는 소똥
소똥으로 굴묵 지지던 생각에 한참을 반가이 들여다 보았습니다.
가까이 보이는 것은 따라비 오름
저기에 점을 찍어둡니다.
남영목장에서 3.5킬로는 걸어야 오름 아래에 도착할 수 있다고 해서
잠시 보류 중입니다.
한라산은 어디서나
제주 사람들의 방향타.
길 건너 좌보미도 시원스레 잘 보이는군요.
아픔과 상관없이
봄은 또 그렇게 흐르고 있습니다.
그 봄 속에서
한참을 앉아 있기에 좋은 곳
'지쳤다'라는 병명을 가진 이라면 더더욱
탁 트인 오름 위에서
바람에 모든 것을 맡겨 봄도 좋은 처방일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