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드륵 2009. 7. 6.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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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름이 많은 세월이다.

꽃들도 그걸 아나보다.

 

구좌읍 종달리 손지오름

누구의 손자인지 알 필요는 없지만

그 이름이 마냥 정겹게 다가온다. 

 

표고 256미터의 얕으막한 오름이지만

등성이를 조금 오르자마자

누군가 자꾸만 뒤돌아보라고 부르는 듯 했다.

누구냐며 돌아보니

건너편 용눈이오름. 

 

주저없이 아름답다고 말하고 싶은

다랑쉬는

뿌연 습기에 젖어 있다. 

손지오름 안의 굼부리 

등성이 안에 숨어 있는

3개의 봉우리가 굼부리를 감싸고 있다.

 

동거미오름도 제대로 마주할 수 있는 곳. 

 

정상의 너럭 바위에 앉아

세월을 보낸다. 

정상 밑으로는 이름없는 알오름들

 

꽃들은 어찌 알고 무덤가에만 피어 있다. 

 

가을이면 저 억새들은

모두 피어

하얀 손수건을 흔들듯 바람에 살랑일 터이지만

지금은 7월, 장마 속에서도 오직 초록으로 경쾌하다.

 

5월 이후

처음으로 오름을 올랐다. 

 

그새 오름의 저 억새들은

내 키보다 훌쩍 자라 발길을 더디게 한다. 

 

수풀을 헤치며 걸을 때마다

사각이는 풀잎 소리와 함께

나비들은 지천으로 날아올랐지만

다시 보니 그 어디에도 그들의 흔적은 없다.

 

키 작은 찔레꽃처럼

세상에는 산야에서 피어 산야에서 지는 사람도 있다. 

 

마음이 시키는대로 살아도 크게 어긋나지 않는다면

다소 거칠더라도 그렇게 살고 싶은 것은

바보들만의 꿈일까.

  

다소 볼품없고

다소 떨어지더라도

기죽지 말고

소박하게 나아가라.

 

그것이 바로

남자의 당당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