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드륵 2009. 7. 16.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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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방산 위로

가벼운 비를 움켜쥔 안개가 흐르고 있다. 

 

 안개 쌓인 세상을 뒤로 하고

 바다로 향했다.   

 

바다는

스스로 쌓고 스스로 허물지만

상처는 없다. 없다. 

빈 낚시대 드리우고

망연히 바다와 함께 하는 시간 

 

그 망연함, 마음의 동굴로 이제 아무도 찾아들지 않음 

 

그곳에

누가 와서 푸른 씨앗을 틔워도

한때 간지러워하면 그 뿐... 

그렇게 세월에 익숙해지면

어느날 마음에 난 바람 구멍 하나가 보이기도 한다. 

 

마음이 쉬면 

파도도 식는다. 

 

마음이 쉬니 발목이 젖는 걸 걱정할 필요도 없다. 

 

그 산 아래

그 바다에서 잠시

2009년의 여름을 보내고 있다. 

 

다시 만난 나리꽃

그저 반가이 맞고  

 

일찍 온 가을의 전령사

미워할 이유도 없이

그저 이 해의 한 때를 보낸다. 

 

산방산 자락의 영산암 

안개에 쌓인 절을 찾아 갈 때는

"내 마음아!"

이렇게 불러본다. 

 

내 마음을 불러

내 몸을 무릎꿇게 한다. 

 

지옥에서 벗어나고 싶지.

그렇지. 

 

 어여 보자.

누가 왔다 가나.

고깃덩어리가 왔다 가나. 

 

어여, 똥막대기가 왔다 가나.

지옥을 벗고 싶거든 잠깐 멈추거라. 

 

세련되지 못해 더욱 정다운 님들아.

내 말 좀 듣고 가오.

"애써 달을 옮기려 말지니.... 연못이 생기면 달은 저절로 그곳에 담기는 법..." 

 

산야에 발을 들여놓기로 했으면

그저 들어서기만 하면 될 것을

....

이렇게

저렇게

가다보면 나리꽃도 반기는 것을

뭣하러 사람들은 가짜 올레를 찾아 길을 묻는지?

 

이제 그 해답이 사랑이라면
나는 이 세상 모든 것들을 사랑하겠네

나는 이 세상 모든 것들을 사랑하겠네
나는 이 세상 모든 것들을 사랑하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