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레를 피해
산방산 위로
가벼운 비를 움켜쥔 안개가 흐르고 있다.
안개 쌓인 세상을 뒤로 하고
바다로 향했다.
바다는
스스로 쌓고 스스로 허물지만
상처는 없다. 없다.
빈 낚시대 드리우고
망연히 바다와 함께 하는 시간
그 망연함, 마음의 동굴로 이제 아무도 찾아들지 않음
그곳에
누가 와서 푸른 씨앗을 틔워도
한때 간지러워하면 그 뿐...
그렇게 세월에 익숙해지면
어느날 마음에 난 바람 구멍 하나가 보이기도 한다.
마음이 쉬면
파도도 식는다.
마음이 쉬니 발목이 젖는 걸 걱정할 필요도 없다.
그 산 아래
그 바다에서 잠시
2009년의 여름을 보내고 있다.
다시 만난 나리꽃
그저 반가이 맞고
일찍 온 가을의 전령사
미워할 이유도 없이
그저 이 해의 한 때를 보낸다.
산방산 자락의 영산암
안개에 쌓인 절을 찾아 갈 때는
"내 마음아!"
이렇게 불러본다.
내 마음을 불러
내 몸을 무릎꿇게 한다.
지옥에서 벗어나고 싶지.
그렇지.
어여 보자.
누가 왔다 가나.
고깃덩어리가 왔다 가나.
어여, 똥막대기가 왔다 가나.
지옥을 벗고 싶거든 잠깐 멈추거라.
세련되지 못해 더욱 정다운 님들아.
내 말 좀 듣고 가오.
"애써 달을 옮기려 말지니.... 연못이 생기면 달은 저절로 그곳에 담기는 법..."
산야에 발을 들여놓기로 했으면
그저 들어서기만 하면 될 것을
....
이렇게
저렇게
가다보면 나리꽃도 반기는 것을
뭣하러 사람들은 가짜 올레를 찾아 길을 묻는지?
이제 그 해답이 사랑이라면
나는 이 세상 모든 것들을 사랑하겠네
나는 이 세상 모든 것들을 사랑하겠네
나는 이 세상 모든 것들을 사랑하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