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과 구름 그리고 섬
바리메
산드륵
2009. 8. 3.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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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수국
아버지.... 하고
돌아가신 이를 불러볼 때처럼
그 이름을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에 위안이 되는 꽃, 산수국
그가 내어준 길을 따라 간다.
바리메 오름
애월읍 어음리 산 1번지
숲의 깊은 정적이 숨어 있는 산길을 따라가다
바리메를 만났다.
독버섯처럼 자라는 매일의 상념을 지우고
숲으로 숲으로 향한다.
어떤 이들은
비틀고 꼬아서 만든 그 무엇을
예술이라
혹은 신념이라 하여 내놓기도 하지만
그것은 단지 흉측한 것일 뿐...
비틀리고 꼬인 것은
단지 그것이 자연의 일일 때만
비틀리지 않은 시각 속에서 편안하다.
자연의 '재료'들은
그것이 사람이든 혹은 무엇이든
학대받기를 원치 않는다.
숲의 향이 진하다. 여름이다.
정상의 굼부리도 여름이다.
상념은 이미 오는 길에 버렸고
숲의 정상에서 말없이 마주하는 녹고메
비양도
괴오름과 그 너머 산방산
새별오름, 이달봉, 금악봉
건너편 봉우리에 올라 있는 벗들을
멀리서 소리쳐 부르듯
하나하나 그 이름을 불러보고 있는데
동남 방향에는 현대식 굼부리인가
골프장이 들어서 있다.
어련하겠느냐...
정상에 올랐는데 또다른 정상이 보인다.
또다른 정상 앞에서 내가 서 있는 곳은 이미 정상이 아니다.
정상에 서서 또다른 정상을 추구하는 것.
그래서 길은 또다시 길로 이어지나본데
제대로 배운 이들이라면 아마
두 발 디딘 지금 그 자리에서 한 소식을 들음직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