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과 구름 그리고 섬

여문 영아리 오름

산드륵 2010. 1. 6.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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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표선면 가시리경 여문 영아리 오름

 

제주시에서 선흘을 지나 남조로를 달리다가

태흥목장 표지판 앞에 차를 세우고

맞은 편으로 길 건너 곧장 들어가면

한라산을 마주 보는 여문 영아리와 만날 수 있습니다.

 

여문 영아리는

그 이름 그대로 알알이 여물어 물도 없고

굼부리를 시원스레 내려다 볼 곳도 없습니다. 

  

그래서

곶자왈처럼 우거진 숲 사이에서

길을 잃기 좋은 곳.

 

그러나 길은 두 발 디딘 자리에서만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두 그루의 서로 다른 나무가 하늘을 향해 오르다 하나가 되듯

길은 마음 가는 곳에서 이어집니다.

 

하늘 길 따라

가시덤불 헤쳐 나오니 

저 건너엔 물영아리 오름.

  

겨울 숲

 

말똥처럼 붙어있는 버섯

 

숲은 깊고

길은 없지만

걸음을 멈출 이유가 없습니다.

 

굼부리를 한 바퀴 돌려고 했으나

숲길을 헤쳐 어느새 다달은 곳은

오름 반대편 기슭

 

동자석을 산담 위에 세워 이채로운 길을 만들었습니다.

 

오후 햇살에도 아직 채 녹지 않은

기슭의 눈밭 위로는

먼저 다녀간 이들.

 

새 발자국

 

고라니 혹은 노루

 

이 놈은 덩치가 꽤 있겠는데요.

 

발목이 푹푹 빠졌으리라 보입니다.

 

두어 마리 

 

앙증맞은 녀석들도

겨울 기슭에서 길을 잃었었나 봅니다. 

 

정상에서는 보지 못한

큰사슴이 작은사슴이 그리고 따라비 오름도

여문 영아리 기슭에서 가지런히 햇살 받고 있습니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니

겨울에도 양지녁은 따뜻합니다.

 

문득 가까이 혹은 멀리 있는 벗들에게 마음이 닿습니다.

 

길을 찾아 멀리 가십니까?

그래요.

원하는 만큼 가십시오.

다만 겨울에도 양지녁 햇살은 따뜻하나니

그 곁에서 잠시 쉬었다 가십시오.

 

 

 


Maria Elena - Los Indios Tabajara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