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오름
길을 나선다.
겨울 햇살을 따라가는데
생각이 홀로 중얼거린다.
누구나 외롭다는 것을 안다.
누구나 홀로 뒷모습을 보이며 걸어야 한다는 것도 잘 안다.
산에서는 더욱 그렇다.
독자봉을 마주한 통오름 가는 길
성읍에서 모구리야영장을 지나면
올래길이라 표시된 통오름이 나타난다.
'대문으로 이어지는 길'을 뜻하는 제주의 올래를
무슨 연유로 이 길에다 붙여놓았는지는 모르지만
덕분에 통오름 입구의 삼나무는 다 베어져
오르기 쉽게 되어있다.
차도에서 통오름 위까지는 채 오분도 걸리지 않지만
이때까지는 통오름의 진면목을 알지 못한다.
굼부리에 오르자마자
한꺼번에 펼쳐지는 드넓은 산야
통사발처럼 통이 아주 깊고 넓어서 통오름인가.
천천히 함께 걷는 성산포
좌보미 백약이도 어깨를 함께 하고 걷는다.
삼나무의 경계로 인하여
마치 두 개의 오름처럼 보이는 통오름
오르는 것보다
천천히 하늘가를 걷는 것을 좋아한다면
그런 이들에게 안성마춤인 오름이 통오름이다.
분화구의 터진 목
환형 화구이나
플라스크 형으로 트여 있어
말굽형으로도 볼 수 있는 통오름이다.
굼부리 안의 알오름같은 무덤들
굼부리 기슭에도 알오름같은 무덤들
오름에서는
둥그런 형태의 산담을 하고 있는 무덤들을 가끔 볼 수 있는데
이곳에서도 그런 형태의 산담을 만날 수 있다.
오름의 무덤들은
오름에 산재한 화산석을 이용하여 산담을 쌓았기 때문에
돌이 모자라서 그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이 산의 경우는
먼저 간 부모가 추울까봐
산소 뒤편으로 북서풍을 막기 위한 돌담을 쌓아 놓았다.
어디까지가 나무인지
어디까지가 돌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다.
구태여 구분해야 할 이유도 없다.
인생의 경계도 그처럼 구분지을 이유가 없다.
그저 웃을 뿐
탐하지 않는다.
그저 바라볼 뿐
누구는 피고
누구는 시들고
그렇게 바람 따라 간다.
외롭지만 괴롭지는 않다.
외로움은 막걸리 한 잔 값인 것을 알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