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과 구름 그리고 섬
뒤굽은이 오름
산드륵
2010. 1. 17.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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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를
눈덮힌 산 기슭에서 만난다.
새그러나 새의 날개짓은 허공 어디에도 없다.
동서남북을 동시에 가리키는 화살표
어디로 가는가.
...
알고보면 제자리
제주시 구좌읍 송당리 지경 뒤굽은이 오름
덕천과 송당리 사이 덕암농장 지나 사잇길로 들어가면
야트막한 뒤굽은이 오름과 알오름의 군락을 만날 수 있다.
잘려 나간 오름 기슭의 초록빛 상흔이 깊다.
다른 둔덕처럼 보이는 이곳은
뒤굽은오름의 기슭
발바닥에 닿는 이 땅의 성품은
여리고 저항할 줄 모른다는 그런 느낌.
함께 하는 알오름들.
높지 않은 오름을
한 걸음에 성큼 오를 때는
세상에 오직 하늘뿐이다.
그러나 몇 호흡에 금세 닿은
뒤굽은이 오름 곁에는
사방거울처럼 제주의 모든 산들이 제모습을 비춰보고 있다.
밭돌오름, 안돌오름, 체오름
돝오름, 다랑쉬오름
용눈이, 손자봉, 높은오름
둔지오름
정상을 지키는 화산석
화산석에 의지하여 자라난 구상나무
초승달처럼 휘어진 뒤굽은이오름은
그러나 상흔이 너무 깊다.
이미 돌이킬 수 없다.
둔지오름의 고운 자태를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
멀리서 둔지를 바라보며 그런 생각을 한다.
사랑한다면
어쩌다 한 번쯤은 멀리 떨어져 뒤따라 걸으며
그 사람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것도 좋겠다라는 그런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