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드륵 2010. 4. 25.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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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날

어떤 인연으로

따뜻한 눈빛을 나누었던 이들이 자꾸 떠난다.

 

남은 나는

기억의 무게가 자꾸 가벼워진다.

 

산으로 간다.

산으로 따라 나선다.

산이 품은 여린 것들과 다시 눈을 맞춘다.

사람은 또 이렇게 기억을 만들며 살아간다.

 

교래리 바농 오름

오름 정상의 환형 화구와  능선의 말굽형 화구가

여늬 오름과는 다른 형태를 띠고 있다.

 

산자락을 무턱대고 헤매다가

산사람이 권하는대로 산책로를 따라 가기로 했다.

이기풍 선교원 옆 작은 시멘트 길로 들어서니

조천 공동목장 앞에서 바농오름으로 오르는 산책길이 조성되어 있다.

 

오름의 분화구를 천천히 걷다가 남쪽 봉우리에서 멈추면

일직선을 이룬 오름의 흐름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한라산을 기점으로 해서

바농오름을 거쳐 죽 흘러내린 오름들은

김녕의 입산봉에서 멈추면서

한라산-김녕선이라는 화산 구조선의 하나를 이루고 있다고 한다.

 

정상의 환형 화구

우거진 잡목 때문에 제대로운 모습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가시덤불이 많아서

'바농'(제주어로 바늘)오름이라는데

굼부리 안은 가시덤불이나

굼부리를 따라도는 길에는 숨죽인 억새들만 서걱이고 있다.

 

제주 4.3 당시

이승만의 국군 토벌대의 총탄에 맞아

우수수 쓰러지던 조천리민 사람들의 핏자욱이 어려있는 거친오름

그 바로 밑에 들어선 4.3 평화 공원의 건물이 보인다.

그날의 총성은 바농오름에서도 선명할 듯하다.

   

산정상에 걸터앉아

다시 사람의 집들을 바라본다.

 

산에서 잠시 침묵한다. 

 

어버이에게 드리고 싶은 꽃

복수초가 몇 송이 살아있다.

 

산의 이야기 속에서

숨가쁜 나의 걸음이

비로소

담담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