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과 구름 그리고 섬

조근 대비오름

산드륵 2011. 2. 24.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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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설이 남은 길로

조근대비오름을 찾아올랐다.

 

안덕면 광평마을 서쪽 '말통어귀'라는 지명에서도 볼 수 있듯이

이 지역은 예로부터 방목마를 풀어 놓았다가 나라에 진상하기도 했던 곳이다.

조근대비오름으로 오르는 기슭에는 현재도 말을 기르는 곳이 있는데

오름에 올라 얼마되지 않아서

내려오라는 소리가 윙윙 오름을 타고 올라 금세 내려올 수밖에 없었다.

 

대병악과 소병악의 모습을 잠깐 눈에 담고 서둘러 내려온다.

 

대비라는 선녀가 내려와 놀았다 해서

조근대비오름이라 한다는데

그렇다고 해서 큰대비오름이 있는 것은 아니다.

표고 541미터에 비고 약 70미터의 비교적 크지 않은 산체 때문에

조근 대비오름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나 보다.

 

오름 정상에서 만난 굼부리

두 개의 둥그런 굼부리가 이웃해 있다.

그것이 무엇이 되었든

겉모습만으로는 제대로 보았다 할 수 없음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선녀 대비는 이곳에서 무얼 하고 놀았을까

 

제 그림자와 놀았을까

 

눈 쌓인 한라와

한마디 나눌 새도 없이 서둘러 내려오다가

잔설에 미끄러지며 굴렀지만 

그렇다고 해서 대비가 부러운 건 아니다.

이렇게 혹은 저렇게 소리 없이 잘 놀았으니 그저 좋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