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마을 구럼비
장마비가 질척이는 일요일
대규모 해군 기지가 들어선다는 강정마을의 중덕 해안가 구럼비를 찾았다.
입구에서부터 심상치않은 마을의 분위기는
구럼비에서도 우울한 빗방울이 되어 떠돌고 있었다.
아주 오래전, 오징어를 붙이려 낚시대 하나 둘러메고
슬리퍼를 끌며 찾던 그곳이 아니었다.
해군기지가 들어설 강정의 해안가
정부는 제주도 남방 해상로 확보를 위한 기지로서의 필요성을 강조하는데
지금까지 해경이 충실히 담당해온 이 역할을 맡기 위해 대규모 군사 시설이 들어서는 순간
필리핀, 괌, 오키나와, 제주의 군사시설이 중국을 포위하는 형국이 되고
제주는 자칫 국제적 갈등 관계 속에서 정조준을 당할 불씨를 안고가게 된다.
강정의 구럼비에
노엄 촘스키, 글로리아 스타이넘 등
세계적 석학이 관심을 표명하고 함께하는 것도
이 바다에 드리운 불길함과
이 바다가 지켜내야 할 평화의 상징성 때문이다.
대규모 해군 기지가 들어서는 순간
동북아 군비 경쟁이라는 긴장의 극점에 서게 될 강정의 바다
돌멩이 하나, 꽃 한 송이도 건드리지 마라!
우리는 전쟁이 아니라 평화를 원한다.
너희들의 레이더에 잡힌 우리는 표적
제주도의 책임자가 갈팡질팡하는 사이에
해군기지 건설 찬반으로 갈려 마을 지역 공동체는 이미 산산조각이 났고
이제 해안으로 밀려난 마지막 외침들
중덕 해안가의 김중덕에게
누군가 보상으로 감자칩 하나를 던져주었다.
태평양 전쟁을 일으킨 일본이
일본국의 사수를 위해
제주를 군사기지화 하려 했던 악몽의 시나리오가 오버랩되는 곳.
끝내
돌멩이 하나, 꽃 한 송이 건드리지 못하길
우리는
그저 기도해야만 하는 것일까!
2011 우울한 바다
지옥문을 열고 닫는 것은
지금 무슨 일을 하는가에 달렸다.
강정의 아름다운 바다에
내일은 평화로운 햇살이 드리우길
먹구름 사이에서도 당당한 한라처럼
내일은 의연히 일어서길
바다에 쳐놓은 금을 벗겨내고
물 때 좋은 달밤에는 오징어 낚시도 편히 할 수 있는 날이
다시 오길
언젠가는
이 길이 지켜낸 평화를 이야기하며
다시 강정의 바다를 찾을 수 있길
우리는
그저 기도해야만 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