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드륵 2011. 9. 26.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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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읍 한남리 거린오름

 

큰거린오름과 족은거린오름이 등을 맞대어

동서남북 네 봉우리를 형성하고 있는데

주봉은 북쪽의 정상으로

표고 533m 비고 약 150m의 오름이다. 

 

'거린'이라는 오름의 이름이

두 갈래로 갈라지다라는 뜻의 제주어인

'거리다'에서 비롯되었다는 말을 증명이나 하듯

거린오름으로 오르는 길은

말 그대로 거린길이다.

 

초록숲 속에서 언뜻언뜻 하얗게 빛나는 줄기가 있어 들어가 보니

길다란 계곡이 숲을 두르고 있다.

 

계곡을 건너 숲으로 들어간다.

동백의 숲이다.

 

동백의 숲을 지나면 조릿대의 숲

 

틀나무 열매들이 심심찮게 떨어져 있는 낙엽길

발바닥에 닿는 느낌이 좋아서 오랜 산행도 근심치 않게 한다.

그러나 낙엽길과 갈림길이

산 전체에 흩어져 있어 길을 잃기 안성마춤인 족은거린오름

 

깊은 숲에 가린 족은거린오름의 정상에서 머뭇거리다가

삼나무 숲을 가로질러 큰거린오름으로 향했다.

 

이끼 위에 또다른 이끼가 덮이고

그 위로 또다른 덩굴이 덮고 있다.

 

이곳 거린오름의 삼나무 대부분에

밑둥부터 이끼가 자라 오르는 게 보였다.

숲의 깊이 때문일까 생각했다.

 

큰거린오름 정상

 

거린오름 숲 속에서 이곳에만 다양한 화산석들이 흩어져 있다.

 

거북이 

 

고래까지 등장한다.

 

아마 이들의 꿈은

다함께 바다로 가는 것이었나 보다.

 

내가 가진 '길'에 대한 관념을 비웃기라도 하듯

모든 길이 갈림길인 거린오름 숲 속에서

탁 트인 하늘을 찾는 것 또한 쉬운일이 아니다. 

 

하늘을 향해 섰는데

옆에서 잉잉 우는 소리가 들린다.

어린 새가 우는 줄 알았는데

아무리 찾아봐도 아무도 없다.

바람에 나무가 우는 것이라 여기기로 하고 돌아서는데도

계속 잉잉 훌쩍거린다.

 

정상에서 내려 한참을 걷다가

드디어 한라산을 찾았다.

동수악과 성널오름

고운 능선에 시선을 맡기고 여기에서 쉬어간다.

 

무심코 길을 따라만 가다보면

결코 산에서 헤어날 수가 없다.

초입을 찾지 못해 몇차례나 왕복했던 길

 

길을 잃은 그 와중에도

터진 숲 사이로 하늘이 보이면

다시 걸음을 멈추고 쉬어간다.

가을이 오고 있으니 서둘러 행장을 꾸려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