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과 구름 그리고 섬
동수악
산드륵
2012. 8. 19.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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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고 700m의 동수악
한라산 제1횡단도로의 숲터널 입구에 차를 세우고
서귀포 방향으로 600여 미터를 걷는다.
동수악으로 들어서는 길의 입구.
황금성을 찾아나선 무협지 속의 주인공처럼
숲속의 계단을 찾기 위해
숲터널의 향기도 잊었다.
표고 700m라는 말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완만한 산책길
먼저 다녀간 이들의 표식 하나에 의지해
평안한 산책을 즐긴다.
길의 끝에는
드넓은 굼부리
동수악의 이곳은
한라의 모습까지 다 비추이는 산정호수였다는데
무엇 때문인지
옛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다만 굼부리 가득한 습지 식물들만이
옛날을 추억하듯 드넓게 펼쳐져 있다.
한라의 정상에서 몰려오는 구름이
오히려 맑은 호수에 비추인듯 선명하다.
습지의 기억을 간직한 버섯들
제 몸의 빛깔을 씻어낸듯한 야생화들
산수국들이
이 동수악의 오랜 벗들.
굼부리를 빠져나와
비탈진 길을 잠깐 오르니
벌써 동수악의 정상
물찻오름
대록산과 정석비행장을 비롯한
동부지역의 아름다운 오름들이 시원하게 다가온다.
비가 내리지도 않았는데
나뭇잎은 벌써 젖어있다.
큰비가 오고 간 후에
동수악을 한번 더 찾아봐야겠다.
그때라면 혹시라도
그 아름답다는 산정호수가 길손을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를 일.
굼부리 위로 쏟아지던 청명한 하늘처럼
푸르디 푸를 산정호수를 상상하며 걸으니
내 몸조차 푸르게 물들어가는듯 싱그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