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과 구름 그리고 섬
백약이의 정월대보름
산드륵
2013. 2. 24.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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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약이에서
달을 기다리려고 했다.
그런데
먼저 오신 달님.
백약이 건너 좌보미
그 위로 보름달이 떳다.
백약이 건너 동거미
그 위로도 보름달이 떳다.
천강에 이미 달빛 드리우고
천산을 찾아나선 달.
밤이 낮처럼 푸르다.
푸른 밤
햇빛을 붙든 달
달빛을 붙든 나
달빛 좋은데 시 한 수가 없다.
달빛 좋은데
시 한 수도 없이
삶이 어이 이리 막막한가.
무정설법
달님의 무정설법 들리지 않아
소동파를 떠올렸다.
溪聲便是長廣舌 계곡의 물소리가 그대로 붓다의 장광설이니
山色豈非淸淨身 산색이 어찌 붓다의 청정법신이 아니겠는가.
夜來八萬四千偈 하루종일 쏟아지던 팔만사천 게송!
他日如何擧似人 훗날 누구에게 그 도리를 이해시킬 수 있을까.
법을 설해주길 청하는 소동파에게
상청 선사가 한마디 한다.
그대는 어째서 무정설법은 듣지 않고 유정설법만을 청하는가.
상청 선사의 그 한마디 이후
무정설법이란 화두의 송곳으로
마침내 또 한 경계를 넘어선 소동파.
아름답다.
멋지다.
달에 취한다.
백약이 정상에서의 달밤
내가 보는 달을
한라도 보고 있다.
무명의 세상, 사바
사바에 뜬 달빛 아래서 올리는 축원 하나.
저 달 아래 모두
저 귀한 무정설법을 들어지이다.
행복하여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