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오리오름
제주시 봉개동 축산진흥원 목장 동녘의 개오리오름.
743m의 주봉에 방송중계탑들이 들어서 있다.
세상의 많은 소리가 이곳을 스쳐간다.
세상의 소리가 싫을 때
그 소리를 흘려 보내는 방법은
귀를 막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열어버리는 것이라는 것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언제나 그렇듯 모든 일이 쉽지가 않다.
개오리오름 정상에 설치된 가파른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바라본 풍경
절물오름, 민오름, 지그리오름, 바농오름 등이 연이어 있다.
샛개오리, 족은개오리가 거친오름으로 이어진다.
샛개오리와 족은개오리에서 발원한 작은 골짜기는
서로 만나 삼양동 바다로 흘러간다.
축산진흥원 목마장.
내 눈길은 목마장보다
오늘 찾아갈 한라생태숲길을 찾고 있다.
개오리오름에서 내려 숲길을 타고 갈 계획이었으나
마음을 바꿨다.
옛 '숫모르' 마을에 조성된 한라생태숲.
숫모르편백숲길은 8km나 된다.
천천히 걸을 수 있도록 숲길이 조성되어 있다.
곶자왈에서 숯을 구워 살던 옛 사람들의 흔적은 없고
새로운 생태숲이 들어섰다.
고로쇠나무와 때죽나무가 서로 이어져
하나가 된 연리목
산수국
청아한 그 빛
푸른 보석을 품었다.
마음을 뺏긴다.
틈틈이 분홍빛 산수국
너도 나처럼 피멍이 들었네.
바라보는 것도 아프다.
바라보기만 해도 눈물이 난다.
그래서 널 이겨낼 자신이 없다.
너무 고와서 이겨낼 자신이 없다.
빛깔이 사라진다.
푸른빛, 분홍빛
맑고 찬란한 그 빛들을 씻어내고
마지막 남은 제 얼굴의 흰 빛마저 걷어내고나면
그때 너는 새롭게 기억해낼까.
내 마음이 너에게 물들었던 그때
돌이켜 생각하니 행복했던 그때
그때, 개구리가 운다.
후두둑
수련 위로 빗방울
마지막 남은 붓꽃
한라생태숲 암석원
수생식물원 뒤로 한라
또는 개오리오름
내 마음의 가난과 상관없이
어디로 돌아서도 항상 함께 하는 한라.
그러기에
한라의 어떤 모습도
지극히, 지극히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