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 은적사
2013. 7. 23
전남 해남의 은적사에 다달았다.
해남의 진산으로 불리는 481m의 금강산 중턱에 자리한 은적사.
원래 이곳은 다보사라는 사찰이 있던 곳이었으나
선조 25년 명량대첩 당시 승병을 두려워한 왜군들이
가는 곳마다 사찰을 약탈하고 방화하면서 폐허로 변했다.
은적사 약사전
임진왜란으로 폐허가 된 이뜰에
인조 26년 1648년 석탑을 세우고
이후 약사전 종을 주조하며 중건에 나섰으나
19세기 중반 다시 폐허가 되었다가
은적사로 사명을 바꾸며 재건하여 오늘에 이르렀다
약사전 앞의 3층석탑은
인근의 민가에 있던 것을 옮겨온 것으로
고려 중기의 석탑으로 추정된다.
해방 이후에 조성된 약사전의 약사여래불.
약사전의 벽화
천정의 모습에서
오래도록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음을 느꼈다.
이곳의 누군가 많이 아픈 듯하여
약사전을 쉽게 빠져 나올 수 없었다.
여러 전각들을 따라
천천히 오르는 길
그 길 끝의 비로전
비로전의 비로자나불
이 은적사 비로전의 비로자나불은
왼손이 오른손 위로 올라간 특이한 형태의 지권인을 하고 있다.
이러한 형태의 지권인은
경주 불국사와 광주 증심사 등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라 한다.
빛과 그림자가 서로 다른 몸이 아니고
부처와 중생도 다르지 않음을 보여주는 부처의 수인.
그 지권인을 함께 따라하며
허공꽃을 녹여낸다.
2013 여름 순례를 무사히 마치도록 도와준 인연에게
모든 공덕을 회향하고 돌어서 나올 무렵
주지 스님을 만났다.
오래 아프신 스님은
그 와중에도 절에서 함께 생활하는 아이들 걱정만 하신다.
몸이 무너지는 것은 걱정하지않는다는
스님의 말씀에도 불구하고
마음이 많이 아렸다.
약사전을 다시 돌아본다.
이 몸은 벗어버려도 그만이지만
함께 했던 소중한 마음들은 오래 간직해도 좋으리라.
인생은 편도 여행인 줄만 알았는데
우리는 또다시 오고 또다시 가고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