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과 구름 그리고 섬

가을 억새 길

산드륵 2013. 10. 6.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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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밀꽃길에서 바람이 불어왔다.

 

그 길에서 불어온 바람 때문에

서둘러 가던 목적지도 잊었다.

 

꽃을 따라 걷는 길

 

바람 따라 걷는 길

 

그 길 위에서

가던 곳 따위는 잊어도 좋으리.

 

가을이 깊으니

가던 곳 따위는 잊어도 좋으리.

 

오름에 오르지 않아도

 

그 들녁을 거니는 것만으로도

 

길이 있으면 길을 따라 걷고

 

길이 없으면 그저 하늘바라기를 하는 것만으로도

 

푸른 하늘과 흰구름만으로도

 

삶은 충만하다.

 

저 구름

 

저 하늘

 

들녁의 저 바람이 전하는 소리

 

모든 것이 꿈결같다.

 

살아온 시간이 꿈결같다.

 

살아갈 시간이 꿈결같다.

 

걷고 있는 이 순간마저 꿈결같다.

 

멈춘다.

길 위에서. 

 

멈추고, 꿈을 깨고

맑은 눈으로 바라보는 세상은

어떨까.

여전히 허공으로 바람이 불고

흰 구름 몇 개 모였다 흩어졌다 하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