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곳자왈 도립공원
제주 곶자왈 도립공원
2011년 도립공원으로 지정된
서귀포시 대정읍 보성리와 구억리, 신평리 일대의 곶자왈.
오찬이길 빌레길 한수기길 테우리길 가시낭길
온갖 나무와 덩굴과 자갈과 바위와 야생동물들의 서식지
아직 정식으로 개장을 하지 않아
사람의 발길이 덜 닿아서 그런지
한걸음 발길을 뗄 때마다
비처럼 후두둑 애벌레들이 떨어진다.
그들이 머지않아
모두 나비가 되어 날아오르는 상상을 하며
혹은 이곳은
그들이 마음 놓고 꿈틀거리던 곳이었음을 잊지 않으려 애쓰며
서늘한 숲길을 조심스레 걷는다.
테우리길.
곱게 핀 새우란이 없었으면 어쩔 뻔 했나.
내 짧은 꿈길 속에 꽃이 있어 참 다행이다.
한수기길과 가시낭길의 갈림길에 섰다.
가시낭길에서는 4.3 유적지도 만날 수 있지만
그곳은 지난번에 답사를 했던 곳이라
한수기길로 걸음을 옮긴다.
깊은 곶자왈의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는 조그만 돌탑들.
길에서 만나는 그 조그만 염원을 스쳐 지나며
쓸쓸히 젖어드는 마음과 만난다.
허공에서는 빗소리가 한없이 떠도는데
그 빗소리는 아까부터 계속 따라오는데
숲은 깊어서 빗방울은 어깨에 닿지 않고
마음만 소리를 만나 먼저 젖는다.
숯굳빌레
1960년대에서 70년대경
목재와 숯을 운반하기 위해 숲길을 조성할 때 쌓아진 돌담길
그 길이와 폭이
지금의 시선으로 봐도 상당하다고 여겨진다.
숨골
지하가 지표로 숨을 쉬기 위한 통로라고 설명이 되어 있다.
그 표현이 웬지 절실하고 안타깝다.
숨골이 부서지고 틀어막히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기에
구태여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으려 애쓰지만
이곳 도립공원 바로 옆에 들어선 대규모 영어교육단지의 모습을 보고나면
이 가녀린 숨골의 허덕임 앞에서
목이 조여오는 듯한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언젠가는 이 곶자왈 보호구역도
인디언 보호구역의 그것이나 다름없을 것만 같다는
불길한 예감은
그저 불길한 예감으로 그쳐주길 바랄 따름이다.
숲이 주는 이 위안을
이제는 사람에게서도 발견할 수 있기를 바랄 따름이다.
오찬이길과 빌레길의 갈림길
그 중에서 빌레길을 따라간다.
빌레길이니
발이 많이 아프겠구나 생각했는데
솔잎에 덮힌 빌레길은 아늑하기 그지없다.
꽃을 보고 안다.
5월이 왔구나.
5월이구나.
목마른 5월이구나.
한 모금 물을 마시고
허덕이는 마음을 쉬고
안타까운 모든 영혼들이
평안을 얻기를 간절히 바라는
2014년 대한민국의 5월이다.
여전히 비는 허공에서만 떠돌고
길은 다시 제자리.
그 숲속
작은 꽃은 비에 젖었으니
내가 젖은 것을 나만 모르고 있나 하여
찬찬히 스스로를 돌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