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드륵 2014. 6. 18.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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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내코를 건너 솔오름으로 간다.

솔오름, 쏠오름, 살오름, 미악산.

쌀을 쌓아놓은 형체라 하여 쏠오름, 미악

부드러운 살결이 드러났다 하여 살오름

신성시하는 산을 뜻한다 하여 다시 솔오름

해석이 가지가지이듯

가는 길도 여럿이다.

 

한라산 정상 남벽과 서벽에서 시작하여

방애오름을 끼고 남하하다가

솔오름 북록에서 합류하여

여기까지 이르른 곤물.

 

동쪽으로는 정술내

서쪽으로는 애이리내

북쪽으로는 효돈천이 흐르니

어느 길로 가든

마음이 먼저 물길에 젖는다.

 

바람에 스민 촉촉함을 따라

다시 찾아온 산수국.

 

꽃은

가지 끝에 큰 어긋난 우산살 꽃차례로 달리며

장마가 한창일 무렵에 비로소

숲을 가득 채운다. 

 

제주의 여름 산하를 곱게 물들이는 산수국

 

그 빛나는 푸르른 산수국 길을

오늘은 홀로 걷는다.

 

한라가 가깝다.

솔오름 북쪽 해발 700m 지점은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극상림 보유림.

극상림이란

여러 조건 속에서도

최종적으로 변화하지 않는 상태의 식물군을 보유한 숲지대를 말한다.

 

지금은 등산로가 개발이 되어 있어서

오르기에 어려움이 없지만

벌초를 하러 갈 때마다

깊은 숲속에서 헤매어야 했던 기억이 새롭다.

 

한라산 북녘

 

솔오름 정상.

군 레이다 기지는 여전한데

솔오름의 극상림은 어떨지 모르겠다.

 

쉰다.

이 산에서 저 산을 바라보는 이 순간에

그저 쉰다.

 

섶섬

 

문섬

 

고근산

 

영천오름, 칡오름

 

 

안부를 묻는다.

 

화사함은 잠깐이더라.

 

쓸쓸함도 오래지 않더라.

 

그저

담담하게

숲의 향을 따라갈 뿐이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