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드륵 2014. 10. 19.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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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이 저 멀리서 온다는 소리에

한라산은 오늘 인산인해.

차조차 세울 수 없어 등반을 포기한 사람들은 한라산 둘레길를 걷는 중이라 했다.

이곳 돌오름으로는

영실과 거린사슴 둘레길로 오는 사람들이 대부분인데

나는 지난번에 걸었던

안덕면쪽으로 다시 들어갔다.

 

안개에 가려 보지 못했던 한라의 풍경을

기어이 보려고 

햇살 좋은 날을 택했다.

여기서 다시 2700m를 걸으면 돌오름에 다다른다.

 

단풍은 아직 오지 않았다.

언제쯤 이곳에 단풍비가 내릴 것인가를 가늠하며

가을햇살을 밟으며 걸었다.

 

자주쓴풀

 

9월이나 10월경에 피는 들꽃 자주쓴풀.

꽃대의 끝에 한송이 꽃이 피고

그 밑의 가지 끝에 다시 꽃이 피고

거기에서 다시 가지가 갈라져 그 끝에 꽃이 피는

취산화서의 꽃차례를 가졌다.

 

잣성.

 

방목 우마들이 노닐던 숲속을

이제는 우리가 밟는다.

말테우리의 후예들은 사라지고 없지만

길은 다시 길로 이어진다. 

 

단풍나무는 아직 초록이다.

한라의 단풍은 지난 해보다 하루 일찍 도착이라는데

이곳은 아직 그 소식을 듣지 못했나 보다.

 

돌오름 입구이다.

여기에서부터 영실과 표고밭 쪽에서 걸어들어온 사람들과 만나게 되는데

서로 어디서 왔는지를 물어보며

돌아갈 길을 또한번 가늠한다.

단풍은 10월 말경에 도착 예정이라는 소식도 서로 주고 받는다.

 

조릿대와 삼나무 숲

 

조릿대들은

지난 봄보다 많이 자라있다.

걸을 때마다 서걱이는 소리가  따라 붙는다.

 

표고 866m의 정상에 가까워올수록

산의 빛깔이 달라진다.

 

붉은 가을

 

지는 해를 닮은

가을의 붉은 빛이

산 정상을 조금씩 물들이기 시작한다.

 

돌오름 정상

 

노로오름과 삼형제오름

 

한라의 모습은 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지만

구름 앞에 솟아오른 볼래오름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서서히 물들어가는 한라의 저 숲 속에 잠겨

깊이 잠겨

이곳이 꿈길인지 저곳이 꿈길인지 꿈꿔봐야 할 텐데 

아직은 지금 꾸는 꿈에서 깨어나고 싶지 않다.

 

하산길

 

올라가던 때의 풍경과는 또 다르다.

 

내 안에 여러가지 풍경이 있는 것처럼

산의 풍경 역시 그러하다.

산을 걸으며 스스로를 이해하고

산을 걸으며 타인을 이해하게 되는 이유가 이래서였나 싶다.

절정에 다달아 불타오르는 가을이 어서와서

나도 머리끝까지 타버렸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