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드륵 2015. 2. 1.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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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를 바라본다.

흰눈이 어디까지 내려왔나 가늠한다.

그리고 드디어 움직인다.

 

성판악에서 사라오름으로 가는 길.

드넓은 초원지대가 펼쳐져 한라의 정원으로 불렸으나

지금은 삼나무 군락지가 되어버린 속밭대피소를 거쳐

사라오름까지 5.2km.

왕복 5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다.

 

며칠 전에는 눈이 내려주었고

오늘은 햇살이 내려주니

몇 주 전부터 미루고 미룬 보람이 있다. 

산이 이끌어주는 인연은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늘 그 이상이다.

 

빈 가지

 

스스로를 비우고

더욱 정갈해진 겨울숲.

그 길을 따라

눈길을 따라

발목이 시리도록 걷는다. 

 

삼나무 군락지.

 

우마를 방목하던 곳이

이제는 이렇게 변했다.

 

속밭 대피소.

남들이 쉬어갈 때 함께 쉬어간다.

고적한 길을 걷다 느끼는 재미를 외면할 수 없다.

 

조금씩 걸음이 느려진다.

사라오름이 가까워졌다는 이야기다.

느려진 김에 아주 천천히 걷는다.

온종일 눈길만을 걷기가 어디 자주 있을 수 있는 일이던가.

 

사라오름에 올라섰다.

지난 가을내내

찰랑이던 그 호수가 얼어붙었다.

 

표고 1325m

호수 둘레 약 250m

한라가 거느린 오름들 중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사라오름의 겨울 호수

 

모두들 호수를 가로질러 걷는다.

 

호수를 건너 정상에 오르면 한라.

 

바다 너머 구름이 깔린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다.

 

하늘에 구름이 섬처럼 떠 있다.

 

그 아래 제지기 오름과 섶섬을 보고서야

바다가 하늘인 줄 알았다.

 

한쪽 옆으로는 성널오름.

 

물오름, 논고악

 

성널오름, 논고악

 

눈이 부시다.

 

흙붉은오름을 바라보며

정상을 내려온다.

 

호수 군데군데 자리를 잡고 앉은 사람들.

 

어떤이들은 서로 음식을 나누고

어떤이들은 말없이 그 풍경을 바라본다.

 

한라의 넉넉한 품 안에서

홀로여도 함께여도 행복하다.

 

하늘호수에서

다들 잠시 신선이다.

그 맑은 기운으로 세상에 내려가서도 행복하길 바랄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