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도사
개울 하나를 건넌다.
개울 하나를 건넜을 뿐인데
이곳은 부처님 나라.
부처님 나라의 길목에는 부도원.
이곳 통도사 부도원은
영축산 곳곳에 흩어져 있던 스님들의 부도와 비석을 모아 놓은 곳이다.
임진왜란 이후 현대에 이르기까지
통도사에 인연을 두었던 수행자들의 부도 60여기와 비석 50여기가 안치되어 있다.
매년 음력 9월 9일 개산대제일에는 이곳에서 옛 스승들께 차를 올린다.
개울을 건너
벗어버린 옛 스승들의 구름몸을 기억하는 부도원을 지나
그렇게 잠시나마 사바를 떠나니
석가모니 진신사리와 금란가사를 모신 불보사찰 영축총림 통도사에
새로 생긴 일주문이 다가온다.
모든 고정된 관념을 벗고
아상, 인상, 중생상, 수자상을 벗고
대자유를 꿈꾸는 이들이 들어서는 문이다.
저 물줄기처럼
이 자리 머물며 한순간 시원했다면
예토에서 정토의 바람을 만난 것이니
그것만으로도 삶은 복밭.
흐려진 눈을 씻고
물의 축복을 받는다.
옛 일주문 안으로 걸어들어간다.
부처님 나라에 들어섰으니
모두가 붓다, 모두가 보살.
하늘에 등불을 띄웠다.
오가는 이들도 등불처럼 제 그림자를 아래로 드리웠다.
자등명 법등명.
마음의 등불을 밝히는 것이 곧 법의 등불을 밝히는 것.
부처님을 맞이하고 싶다면 스스로를 밝혀야 하나보다.
극락보전.
1369년 공민왕 18년 성곡대사가 세웠다.
아미타불을 주불로 봉안하고 있고
건물 뒤편 외벽에는 극락을 향하는 반야용선도가 그려져 있다.
신라 선덕여왕대에 창건된 통도사에 이런저런 불사가 많았나보다.
과거가 그렇듯 현재가 그렇듯 우리들이 그렇듯 이곳에도 이런저런 일이 많았나보다.
영산전과 삼층석탑.
영산전은 고려 이전의 건축물로
석가모니불을 봉안하였으며 52점의 벽화가 보존되어 있다.
1716년 <영산전천왕문양중창겸단확기문>에 의하면
1713년 숙종 39년에 영산전과 천왕문이 화재를 당하게 되자
1714년부터 복원을 시작하여
1715년에 단청을 올리고 1716년에 완성했다고 한다.
영산전 벽화.
우물천정에는 연화문과 보상화문이 화려하고
대들보에는 황룡, 청룡이 감겨있다.
석가모니불을 중심에 봉안하고 그 뒤를 팔상도로 감싼 후
『석씨원류응화사적』 벽화 48점으로 정점을 찍었었다.
그러나 현재의 영산전 팔상도와 영산회상도는 박물관으로 이전되어 보존 중이다.
석가여래께서 법을 설하는 광경과 화려한 다보탑, 버들가지를 손에 쥔 관세음보살과 나한상 등이
오색구름 속에 펼쳐져 장관을 이룬다.
약사전.
석조약사여래불이 봉안되어 있다.
마음과 몸의 고통은 여기에 내려놓으면 된다.
불이문.
내가 너이고 너가 부처이다.
동그라미의 시작이 동그라미의 끝이다.
그러나 동그라미에게 시작과 끝이란 토끼뿔과 같은 것.
네팔의 고통은 결국 온 우주와 맞물릴 것이다.
시작과 끝이 없는 동그라미처럼 맞물려 모두 고통스러울 것이다.
그처럼 자비의 나눔 역시 온 우주와 맞물릴 것이다.
맞물려 모두 행복할 것이다.
진여의 세계
관음전.
고통의 소리를 모두 들었고
함께 큰 슬픔에 잠겨
마하반야의 마음을 일러주시는 관세음이 계신곳.
임란 당시 화재로 소실된 것을 사명대사가 중건하였고
1780년 정조 4년 도주대사가 현재의 모습으로 중창하였다.
관음전의 관세음보살.
화려한 보관을 쓰고 연꽃을 들어보인다.
사바의 꽃, 연꽃처럼
사바에 살되 사바에 물들지 말라 하심인가.
탑을 돌듯 돌고 돌아
다시 인연의 길을 걷는다.
적멸보궁으로 오른다.
걸음이 놓일 때마다 연꽃이 피어난다.
통도사 금강계단.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시고 있어서
따로 불상을 조성하지 않은 전각이다.
남쪽에서 부르길 금강계단
북쪽에서 부르길 적멸보궁
서쪽에서 부르길 대방광전
동쪽에서 부르길 대웅전이라 하는 이곳.
석가모니 진신사리를 모신 사리탑.
인연이 깊은 이들은
이곳에서 수계를 받기도 한다.
우주의 중심에 선 그들은 무엇이라 부를까.
잠깐 입정.
오래된 기억을 새겨놓은 비석.
쌍림에서 열반에 드신지 몇 해가 지났던가
문수보살 보배를 모시고 시절인연 기다렸네
부처님 진신사리 지금까지 남아있어
세상 곳곳 많은 중생들 지금까지 예배하네.
37조도품을 새겨놓아
정진을 권하니
한번 힘써볼까 하는 마음도 생긴다.
가섭존자가
장차 출현하실 미륵불에게 석가여래의 가사와 발우를 전하기 위해
인도 계족산에서 멸진정에 들어 기다리고 있다는 불경에서 유래한 석조발우.
용화전 앞에 세워져 있다.
용화전.
발우의 임자가
시절인연을 기다리는 곳이다.
용화전의 미륵보살.
미륵이 오시면
가섭이 깨어나
가사와 발우를 전하리라 하였으니
그날 그때도 인연이 닿길 서원한다.
고운 인연의 통도사.
일정에 쫓겨 오랜 시간 함께 하지 못하였다.
그러나 오늘의 인연이 다음의 인연으로 이어지길 서원하며
합장하고 물러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