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랑쉬오름
아끈다랑쉬.
이름에도 힘이 있다.
초록의 그 이름을 부르는 것만으로도
시들었던 마음에 생기가 돋는다.
아끈다랑쉬를 뒤로 하고
다랑쉬로 오르는 길.
표고 382.4m, 비고 200여m의 산체로 오르는 가파른 길.
그 길 위에 쏟아지는 뜨거운 햇살.
존재의 어지러움.
헉헉.
그러나 돌아보면 그윽히 펼쳐진 산하.
이 풍경이 좋아 이 길을 포기할 수 없다.
다랑쉬의 굼부리.
화구의 바깥 둘레는 1500m.
넓이는 지름 30여m, 깊이는 115m.
깊이 115m인 한라산 백록담과 같은 깊이를 가진 굼부리.
출입이 금지되어 있음에도
굼부리에 다녀간 사람들이
돌탑을 세워놓았다.
굼부리의 유혹에 넘어간 그들을 이해한다.
다랑쉬의 아름다움을 가장 잘 바라볼 수 있는 이곳은
다랑쉬의 바람이 다니는 길이다.
햇살이 뜨거웠던 것도 잊어버릴 만큼
시원한 바람이 이 길로 지나간다.
바람을 따라 걷는 길.
동부지역 오름들을 이곳에서 한꺼번에 만난다.
참 오랫만이다.
그 이름들을 불러본다.
좌보미, 동거미, 백약이, 높은오름.
돝오름, 둔지오름.
높은오름, 거슨세미.
시선이 닿는 저 끝에
늘상 함께 있는 저 산들의 이름을 불러보는 것만으로도
그리움이 잔잔히 차 오르는데
언젠가 시선에서 사라질
늘상 함께 할 수 없는 사람의 이름을 불러보는 것은
조금 아픈 일이다.
돌아보면 모두 아름다운 것.
까치수염.
꽃말은 잠든별.
돌아보는 모든 것도 잠든별.
잠든별처럼
잊고있던 추억처럼
언제나 기억과 함께 깨어나는 그리운 것들에게
감사함을 표한다.
손지오름, 궁대악, 모구리오름.
용눈이, 낭끼오름, 유건에 오름
성산포, 은월봉, 대왕산.
고맙다.
내 지친 걸음 끝에
그대가 있어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