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과 구름 그리고 섬
종달리 고망난돌
산드륵
2015. 7. 5.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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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말에 가장 진한 수국의 향기.
누구를 기다렸는지
7월 초순까지 견디고 있던
그 향기가
습한 바닷바람보다 더 짙게 온몸에 감기는
종달리 해안도로변.
그 바닷가의 고망난 돌.
해변도로에서 맴돌아서는 찾을 수 없고
바닷가로 다가가
천천히 해안을 따라 걷다보면
조그만 고망이 보인다.
고망난 돌.
어쩌다 자연적으로 생긴 형상이지만
바다에 의지해
생계를 이어가던 이 마을 사람들에게
이곳은 마치
이승에서 저승으로 건너는 통로처럼 느껴졌다.
저 통로를 건너가면
용궁.
이곳을 건너면
또다른 저곳이 과연 있을까.
이곳의 모든 것이
물거품.
이곳의 모든 것이
그림자.
이곳의 모든 것이
신기루.
이곳의 모든 것이 그럴진대
저 너머에 집착할 이유도 없다.
이곳과 저곳의 경계 앞에서 서성이다 돌아선다.
이곳도 저곳도 꿈이라면
모두 꿈이라면 고운 꿈을 꾸자.
더 많이 베풀지 못해 미안하고
더 많이 사랑하지 못해 미안한
그런 꿈.
이곳에서든
저곳에서든
깨어나며 미소지을 수 있다면
그 꿈은 행복한 꿈.
더 많이 줄 수 있었는데
주지 못해 미안하고
더 많이 사랑할 수 있었는데
사랑하지 못해 미안하고
더 많이 행복하게 해 줄 수 있었는데
그러지 못해 미안한
그런 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