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드륵 2015. 8. 23. 23:18
728x90

 

여우팥.

어긋난 잎의 겨드랑이에서 나온 노란 꽃.

꽃말은 기다림. 잃어버린 사랑.

 

 

여우팥과 눈인사를 나누고 들어선

표선면 가시리 쳇망오름.


 

표고 444.6m의 야트막한 오름.

오름은

숲을 품고 있고

숲은

아직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은

기나긴 물길을 품고 있다.


 

사람의 길이 없다.

물길의 흔적만 있다.

어젯밤 비가

숲의 기억을 모두 쓸어가 버렸다.

숲을 치유하는 비.

그 비가 지워버린 길을

애써 찾으려는 대신에

정상을 향해 곧장 올라섰다.


 

쳇망오름 정상.

표고 444.6m 둘레 1351m.

더이상 오를 곳이 없어서

오름의 높이보다 너른 굼부리를 따라 걷기로 한다.


 

방울꽃


 

산수국.

 

 

체의 망처럼 생긴 굼부리 때문에

쳇망오름이라는 이름을 지니게 되었다는데

굼부리는

우거진 숲에 가려 찾을 수 없다.


 

정상의 너른 둘레길.


 

오름을 타는 즐거움.

능선 너머의 하늘과 조우하는 그 즐거움을

이곳에서는 누릴 수 없으니

그저 숲바람과 숲향기만을 따라 걷는다.

 

 

누군가 조촐하게 세워놓은

정상의 표식.

 

 

비짜루.

 

 

그리고 다시 산수국. 

 

 

언제 보아도 그립다.


 

한여름을 견디며

고운 빛을 다 내어주었지만

언제나 그리운 산수국.

그리워하는 그 이유를 물으니

그것이

산에 있어서. 


 

그 꽃이

그 길이

그리운 것은

그것이

산에 있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