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드륵 2016. 2. 20.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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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년에

몇 번.

걷기에 필요하다는 모든 장비를 다 버리고

홀홀 걷기에 좋은

그런 시간이 있다.



뒷짐진 채 걷기 좋은

그런 시간.



눈이 부시나

아직은 온기 없는 햇살.



머리칼 한 올도 흩어놓지 않지만

여전히 쌀쌀하여

얼굴을 감싸안아야 하는 찬바람.



차고

담백한

시간 속

2월의 동백 찬란한

숲길.



서귀포시 서홍동 들렁머루 숲길.

제주의 홑동백이 간간히 피어난

지금이

들렁머루로 향할 때다.



안내도에 보이는 것처럼

들렁모루로 들어가는 입구는

두 군데.

어느 곳으로 들어가도

20여분도 채 걸리지 않는

조용한 숲길일 따름.

 


산책로 입구.

왕대숲 바람이 신선하다.



명상의 자리.



숲.



길.



혼자 걸어도 좋고

둘이 걸어도 좋은

길.



들렁모루 꼭대기의 들음돌.



들렁모루란

들러진 돌이 있는 동산이라는 뜻으로 읽힌다.



들렁모루에서 바라보이는 제재기 오름과 섶섬



문섬



범섬



고군산과 각시바우



미악산



그리고 한라.

제주시 방향에서 바라보는 한라와 느낌이 아주 다르다.

산벌른내가 선명하다.



들렁모루는 높지 않고

이곳의 산책길은 그리 길지 않아

그래서 더욱

천천히 걷게 되는 곳.



졸졸 거리는 물소리를 따라

산책길을 벗어나니

맑은 물줄기가 들렁모루를 감싸고 있었다.


 

이 물길들이

아래로 흐르고 모여서

서홍동의 솜반내가 될 것이다.



쉬어가는 곳.



적멸의 산수국.



그모습 그대로 적멸에 들었다가

때가 되면

보석같은 찬란한 생기를 내뿜는다. 

여름날의 산수국도 아름답지만

미이라가 된 겨울의 산수국도

그에 못지 않다.



아, 봄.



매화



향기.



존재의 그 어디서 향기가 나는지 궁금하다.



꽃의 향기도

이곳까지 다달았으니

이제는

사람의 향기가

봄을 맞을 차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