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드륵 2016. 3. 1.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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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구좌읍 비자림 서남쪽의 돝오름.

멧돼지가 자주 출몰한다 하여 돝오름.

어느 옛 시절의 이야기던가.



오름의 9할은 길.



하늘에 닿는 길.



저 길의 끝에서

손바닥을

하늘에 살며시 대어보면

온몸으로 빠르게 푸르름이

모세혈관을 타고 들어올 것 같다.



3월의 하늘.



보슬보슬한 솜구름.



맑음의 빛깔은

푸름.

슬픔을 벗었을 때 비로소 드러나는 푸름 그런 빛.



기형도 시인이 생각났다.

그 시인이

이 길 위에 서 있었더라면

그 시인의 입 속의 검은 잎조차 반짝였을 것이다.



하늘 아래

한라 아래

슥슥슥 시인의 스케치처럼 지워질락 말락

이름도 별난 오름들이 지워질락 말락 줄지어 있다.



지워질락 말락.

끊어질 듯 이어지며

그렇게 살아온 이들에게만 보이는

저 푸르고 슬픈 선.



산정의 솔길.



솔길의 9할은 솔잎.



1할은 햇살.



만개했구나.

푸르름이.

이 정도는 되어줘야지.

우리들 길의 끝이 이 정도는 되어줘야지.


 

돝오름 산정.

표고 284m.

비자림 서남쪽에 자리하며

비지오름이라고도 불렸다.



다랑쉬, 용눈이, 손지봉.



그리고 그 앞의 검은 곶자왈은

해가 갈수록 몰라보게 그 크기가 줄어들고 있다.



알고 보면

오름의 9할은 곶자왈.



그리고 다시

오름의 1할은

각각 9할인 곶자왈과 길과 하늘과 바람과 구름과 저 능선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사람의 시야.



둔지오름.



서우봉에서 괴살메 사이.



거슨세미, 안돌, 밭돌, 체오름



체오름, 바메기오름


동거미오름, 높은오름


많은 순간을 흘려보내고

잠시 멈추었다가

다시 조용히 걷는 이들에게

여전히 벗으로 남은 것은

역시

바람.

9할과 1할의 망상마저 산정의 바람은

용납않는다.

깔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