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려니 숲길
사려니 숲길에서
물찻오름과 사려니오름으로 가는 길이
6월 18일 토요일까지 개방된다.
사려니오름은
한남난대림시험장에서 사전예약을 거쳐 오를 수 있지만
물찻오름은
이 길이 아니면 오를 수가 없기에
개방 기간 동안 수많은 인파가 몰린다.
사려니. 살안이. 솔안이.
10여년 전만 해도
숲의 정령이 살고 있던 곳.
이제는
사람들에게
그 치유의 숲을 건네주고
숲의 정령들은 떠난 것으로 보인다.
사려니 길은
사려니 들머리에서 들어가는 길과
붉은오름휴양림 옆으로 들어가는 길이 있는데
오늘은 붉은오름휴양림 옆으로 걸어 들어갔다.
산수국 길.
이제 6월말쯤이면
이 길은 온통 청보라빛으로 물들 것이다.
상상만 해도
눈앞이 파랗다.
산수국처럼 푸른
그런 새벽에 집을 나섰으니
숲을 깨우는 첫 걸음을 놓을 수 있으려나 했는데
부지런한 사람들이
벌써 앞뒤로 줄을 섰다.
가끔 등골이 서늘해지는
곶자왈의 그런 옛 맛은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고 좋은 길.
산탈나무 꽃.
다시 보아도 곱고
언제 보아도 곱다.
박쥐나무 꽃.
젖어 있어도 곱고
고개 숙여 있어도 곱다.
풀잎을 갈아먹다가
비를 맞으며 잠이 들었어도
다리 하나로 충분히
제 무게를 지탱하는 친구.
저 친구와 달리
우리들 중 누군가는
발힘이 약하여
제 무게를 충분히 지탱하지 못한다 한들
그런들 어떠랴.
사려니에 빈 의자가 있으니
그럭저럭 젖은 채로 쉬어가면 된다.
젖어도 곱고
휘청거려도 곱기만 한 것이
길 위의 벗.
왕복 총 10km.
사려니 들머리에서 이덕구 산전으로 들어가는 길은
지금 어떻게 변화되었는지 모르겠다.
빗방울은 점점 굵어지는데
인파는 줄어들지 않는다.
젖은 채로 걸으면서도
다들 개의치 않는 표정이다.
물찻오름 입구.
물찻오름은
표고 717m의 원형화산체로
분화구에 화구호를 가지고 있는
제주의 몇 안되는 오름 중 하나이다.
화구호의 모습이
잣성을 둘러놓은 것과 같다하여
물찻오름이라 불린다.
사려니가
관광 상품화되기 이전에는
가을 단풍을 맞이하기 위해 찾던 곳.
숲 훼손으로 통제되면서
가보기 힘든 곳이 되었는데
때를 기다려 더많은 이들이 이곳을 찾고 있다.
반짝반짝 빛나는 숲길.
그 길 끝.
물찻오름 정상 전망대.
세상은 보이지 않는데
눈앞에는 산탈나무 흰꽃이 절정.
물찻오름 분화구 전망대.
물안개 탓이 아니라
분화구에서 너무나 머나먼 곳에 전망대를 설치한 탓에
다들
한가득
안개만 지고 내려간다.
물찻오름에게
시간이 필요하다면
시간을 충분히 주어 회복시키고
화구호 전망대는
화구호 근처에 설치해서
물도 사람도 행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것이
대부분의 의견이다.
다만
화구호 전망대를
화구호에서 아주 먼 곳에 설치한 이유가
숲과 물의 정령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면
정녕 그렇다면
나는
당연히
그 먼 화구호 전망대의 용도에 대해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