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산오름 편백나무 숲길
소산오름.
1937년 이은상이
이곳 소산오름의 기슭에서
제주 한라산신 제단 법당 소림당을 참배한다.
이은상이 참배했던 소림당은
1470년 제주목사 이약동이
한라산 백록담에서 올리던 한라산신제를
이곳 소산오름의 산천단에서 올리게 한 이후에
원래 산천단 소림천 인근에 존재하던 고대사찰 소림사와 습합되면서
자연스럽게 변화해온 형태로 보고 있다.
전설에 의하면
송나라 호종단이
제주의 맥을 모두 끊고 돌아가던 날 밤
이 소산오름이 갑자기 솟아나
아직 제주의 혈이 다 죽지 않았음을 보여주었다고 하니
한라의 혈이 여전히 생생하게 살아있는 땅이
바로 이곳 소산오름이라 하겠다.
이곳으로 오르는 길은
여러 길이 있지만
별빛누리공원 아래쪽
구암정사에서 관음사로 이어지는
'지계의 길'로도 이곳에 오를 수 있다.
지계의 길에서 만나는 달마.
헐떡이는 마음소의 고삐를 잘 붙들어
그만 번뇌를 벗고 쉬라고 조언하고 있다.
산뜻한 숲길.
털이슬이 방울방울 맺혔다.
절로 가는 길.
제주의 옛 선인들이 걸었던
한라산길을 따라 가는 길이고
그 길에서 관음사, 존자암, 쌍계암 등의 고대사찰들을
기억해낼 수 있는 길이다.
별빛누리공원이
저아래로 내려다 보인다.
별빛누리공원에서 바라봤던 그 별이
이 소산오름의 별이었나싶다.
삼의악.
이곳에서 바라보는 삼의악은
색다른 멋이 있다.
세갈래 길에서 지계를 놓지지만 않았다면
삼의악을 바라보며 풍월을 읊었을 것이다.
지계의 길을 놓치고
숲에서 헤메다가 계곡으로 내려와 버렸다.
똑같은 길에서 똑같은 길을 잃었던 사람들이 또 있었던지
빨간 표식이 되어 있다.
그렇다면 애당초 길을 잃은 것도 아니고
단지 다른 길로 들어왔을 뿐이니
천천히 계곡유람이나 하자고 나선다.
누리장나무
꽃은 곱지만
잎사귀를 손으로 만지면
누린내가 난다.
말오줌때.
이 나무의 줄기가
말채찍으로 쓰여서 생긴 이름이라 한다.
이 역시 냄새가 고약하니
모두 자신을 방어하기 위한 선택이라 하겠다.
한라산길에서 만나는
'절로 가는 길, 제주불교 순례의 길'은
2012년 '지계의 길'로 개장되었는데
관음정사에서 관음사까지 14.2km거리이다.
이후에 영실 존자암에서 남국선원까지 18.6km 정진의 길
대원정사에서 불탑사까지 42.9km 보시의 길
관음사에서 존자암까지 21km의 인욕의 길
광명사에서 선덕사까지 39.6km의 선정의 길 등이 개장되었다.
6바라밀 중에서 지혜의 길이 남았다.
아직까지도 지혜의 길을 열지 않는 것은
무슨 이유인가.
앞서 걷는 이가 한마디한다.
마음.
그렇게 마음의 길을 걸어
소산오름 계곡에서 빠져나오니
그대로 편백나무숲 입구와 부딪친다.
누군가 걸었던 길을
마음이 기억하여 따라갔던건지
오묘한 느낌이었다.
소산오름의 편백나무 숲
조용히 피톤치드의 향에 젖고 싶은 이들은
산천단과 관음사로 이어지는 도로 중간에서 진입하면
5분여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다.
숲에서
텐트를 치고 머무는 이들이
여럿 보인다.
이곳에서
산천단으로 내려갈 수도 있고
삼의악과 관음사 방향으로 올라갈 수도 있다.
오래
머물 수도 있다.
그 갈림길에서
하늘을 본다.
잃어버린 열쇠를 찾아가라 한다.
길을 잃었던
그 자리
그 자리에 올 때는
보이지 않던 해답이
갈 때야 보였다.
지혜는 복잡한 것을 간단하게 보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