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악길에서 선돌선원까지
한라산 둘레길 수악길.
돈내코 탐방로에서 사려니오름까지
총 16.7km의 구간을 이르는 이름인데
한라산 5.16도로 수악교에서 동서로 갈린다.
동서로 나뉜 두갈래 길에서
돈내코 탐방로 방향으로 걸어들어간다.
처음에 신발끈을 맬 때는
선덕사 위쪽의 효명사길에서
선돌선원과 선돌을 거친 후
다시 2.3km 숲의 거리를 헤쳐
수악길로 올라설 계획이었으나
발길이
수악길에 먼저 닿고 말았다.
잣성
산사람들의 옛길
이 길을 걸었던
옛 제주사람들은
말테우리였거나 숯을 굽던 이들이었거나
그것도 아니면
길을 잃은 이들이었을 것이다.
바람 한 점 들지 않는
빽빽한 숲길을
한시간여 걸어들어가니
원시림 속의 산정화구호가
발길을 붙든다.
수악길에서 만난 산정화구호.
한라산 고지대에서 흘러내린 용암으로 인해
화산체는 매몰되고
현재 그 화산체의 산꼭대기 굼부리만 남은 것으로 보고 있다.
화산석들이 돌담처럼 쌓여있는 분화구 내부의 모습
한라산 인근에서 발견되는
습지 형태의 이와같은 분지는
대부분 분화구의 흔적이라고 한다.
수악길이 하늘길이었던 줄은 미처 몰랐다.
하늘길을 빠져나오니
둘레길은 점점 고지대로 올라간다.
통신은 여전히 두절된 상태다.
이 길의 7할
빌레
이 길의 2할
낙엽
나머지
이 길의 1할
간혹 숯가마터에 남은 옛사람들의 흔적
쉼터의 풍경
그렇게
산길을 오르면
빌레처럼 드넓은 계곡
사라졌다 다시 이어지는
몇 개의 계곡을 건너니
이편과 저편의 식생이 확연히 다르다.
그리고 마침내 풀리는 결계.
선돌로 내려가는 길을 찾았다.
선덕사길에서 올라올 때는
큰 문제가 없지만
둘레길에서 밑으로 내려갈 때는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고 내려가야 한다.
지도를 검색해서
둘레길에서 정확히 일직선으로
선돌 방향으로 내려가는 중이다.
선돌 가까이에서 만난 고대 사찰터.
이중 축대로 조성된 평탄한 대지인데
절터 중앙에는 용도들 알 수 없는
현무암 판석이 놓여있다.
그리고 곧이어
하늘로 이어진 선돌에 다달았다.
선돌에서
선돌은 볼 수 없고
머나먼 풍경만 바라보게 된다.
오는 길도 가는 길도 위험하여
아무에게도 권하고 싶지 않지만
한번쯤은
다시오고 싶은 곳이다.
선돌머리에 뿌리를 박고
천년을 살아가는 소나무에 기대어
저 아래 세상을
가만히 바라본다.
내가 돌아가야할 세상이다.
외줄에 의지하여
서너번 미끄러지니
하산 끝이다.
선돌선원으로 바로 떨어진다.
조선의 시인 임제가
남명소승에서 노래한
고대사찰터 두타사터로 알려진 곳이다.
선돌선원 위 선돌이
이제야 보인다.
이러니 경허선사의 선게를 찾지 않을 수 없다.
하루종일 봄을 찾아도 봄은 안 보여
짚신이 다 닳도록 온 산을 헤매었네
봄 찾는 일 그만두고 집으로 돌아오니
울타리에 매화꽃이 한창인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