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드륵 2016. 10. 2.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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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랑쉬



가을 다랑쉬에는

날카로운 억새줄기로 가슴을 내리 그어버리는듯한

시리고 시린 아름다움이 있지만

그곳을 마주하고 있는

아끈다랑쉬에는

그 아름다움의 상처를 보듬어주는 듯한

따스함이 있다



가을길



바람길



억새길이 있다



걸음 사이사이

꽃들이 있다



아끈다랑쉬 굼부리 기슭에서 만나는

가을벗들



오늘 제주 곳곳에는

산발적인 비가 흩날리고 있는데

아끈다랑쉬에서는

비가 잠시 기다려 주어

둘레 600m의 작지 않은 굼부리를 천천히 걸을 수 있었다



지미봉



은월봉



지난 가을 찾았던 손지봉과 동거미, 높은오름



용눈이오름



그리고 점점 왜소해지는 곶자왈



은월봉 앞

그 시커멓던 곶자왈이

해마다 점점 좁아드는 듯한 느낌이다



이곳

아끈다랑쉬도

임자가 따로 있는 사유지이기 때문에

언제까지 이곳의 꽃들과 눈인사를 하게될지

아무도 모를 일이다



한쪽에서는

노랗게 콩이 익어가고

또 그 한쪽에서는

무의 새순이 도톰하게 올라오는

가을 들판



평화로움의 빛깔



그 빛깔을 마주한 사람들은

저 건너편에서

비구름이 멈칫거리며 다가오지만

서둘러 걸으려 않는다




600여m가 주는

평화와 위안을 밟으며

천천히 걷기만 한다



다랑쉬에는

굼부리 가득 비구름



검붉은 용암 대신 잿빛 구름을 토한다



동심원으로 그려낸 등고선이

스스로도 아름답고

멀리서 보아도 아름다운 다랑쉬



하늘가에서 만나니

더욱 반갑다



하나씩 터지는 꽃잎이

만개하였을 때

그때 비로소 가을도 깊어지겠는데

그 환한 가을에

또다시 이 꽃을 볼 수 있을까



깨끗하게 세수하고

찬비에 조금은 새파란 입술로 마중나온 다랑쉬

벗이

아주 가버릴까봐

다시 못온다 할까봐

서둘러 나와주었다.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