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과 구름 그리고 섬
2016년 11월 12일 길가에 버려지다
산드륵
2016. 11. 12.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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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1월 12일.
촛불이 타고 있다.
내 몸에 날개가 돋아서
어디든 날아갈 수 있기를
내 꿈에 날개가 돋아서
진실의 끝에 꽃이 필 수 있길
세상은 거꾸로 돌아가려 하고
고장난 시계는 눈치로 돌아가려 하네.
no way
no way
이승환 이효리 전인권의 노래.
'길가에 버려지다'의 선율과 함께
걷고 있다.
산에 오를 때는
산의 소리만 들으려 고집했는데
지금의 시국은 소시민의 별뜻없는 고집마저 꺾어버린다.
정해진 행사 때문에
새별오름에 올랐지만
이미 멀리 날고 있는 마음.
난국에도 시계는 돌아간다.
자꾸 하산하라 말하는 산.
깊은 숨을 내쉰다.
마른풀내음이 서럽다.
새별오름에 울리던 선율이
바람을 타고 이어지는 곳은
이달오름.
489m의 남봉과
456m의 북봉으로 형성된
쌍둥이화산.
그중에 북봉은
촛대봉이라고도 불린다.
북봉의 정상과
기슭의 여기저기에 흩어진
바위와 나무들이 모습이 촛대와 같아서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바위와 나무.
이름없는 바위 하나 나무 하나가 바로
촛불.
그 풀잎이
그 나무가
그 바위가
뿌리를 박고 있는 이 땅이
참으로 장엄하다.
산야를 덮은
억새들의 행진.
이 나라의 시민들처럼
끝내
길을 잃지 않았다.
길을 잃지 않고 걸어
다시 새별오름이다.
샛별이다.
어둠이 깊었으니
이제 곧 새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