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과 구름 그리고 섬
가을의 끝자락, 붉은 오름
산드륵
2016. 11. 13.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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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이름.
맑음.
가을의 생각.
버리기 힘든 것을 버림.
가을처럼 버릴 것을 버려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나는
그 가을의 이름과
그 가을의 생각에
걸려
길없는 길로
붉은오름을 향해 걸어간다.
가을의 한라
낙엽이 흘러 내리는 능선
가을의 어승생
그들 모두
이미 모든 것을
버릴 준비를 하였다.
이스렁과 볼래오름
삼형제와 노로오름
그들도
이미 버릴 준비를 하였다.
바메기와 노꼬메도
붉게 물든 것을 보니
이미 그들도
버릴 준비가 되었다.
버리면
자유로워진다.
초록을 밀어내고
곱게 물든
단풍의 오후.
무엇하고 있나
가만히 봤더니
한잎
또 한잎
가을의 끝자락을 놓고 있다.
놓아 버리고 있다.
나무는 늘 버리고 있다.
잎새야.
너 참 곱다.
버릴 때 버릴 줄 알아서
너 참 곱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