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드륵 2017. 5. 14.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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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의 한라



가까이 들여다보면

초록이 숨긴 꽃봉오리들이

새근새근

잠들어 있음이 보인다.



이제 곧 붉은 꽃물 번질 한라.



영산홍이 먼저 마중을 나왔다.



곱다.

영산홍.

너무 고와

기억해두려한다.

너를.

5월의 한라를.



영산홍과 눈인사하다가

시간이 너무 흘렀다.



서둘러 삼형제를 만나러 간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국도인 천백고지 서쪽은

삼형제 중에서 큰오름에 해당한다.

큰오름 정상에서 둘째인 샛오름과 막내인 말잿오름으로 오르내린 후

다시 천백고지로 돌아오니

대략 5시간여가 소요되었다.



샛오름에서 바라본 큰오름



큰오름은 표고 1143m로

1113m의 샛오름, 1075m의 말잿오름과

그 형태와 크기, 지질 등이 비슷한

쌍둥이오름들이다.



샛오름 정상에서 만난 산방산.

샛오름 좁은 정상에는

이미 오름객들로 만원이어서 카메라를 들이대기가 어려웠고

말잿오름까지 오르고 돌아오며

샛오름 정상을 다시 찾았으나

그때는 이미 기력이 거의 소진된 상태가 되었다. 



숲에서는

시계의 초침도

초록초록초록 소리낸다는 걸 오늘 알았다.



초록으로 기력을 충전하며 도착한 말잿오름.

여전히 뒤로는 샛오름 또 그 뒤로는 큰오름이 따라오고 있다.

말잿오름의 싱그러운 바람이

가슴에 벅차다.



정상이라 여겨지는 곳에서

숲으로 조금만 더 들어가면

고운 연분홍 가시꽃들.



산사람들의 흔적이 가득한 이곳이

말잿오름 정상.

사방이 숲으로 둘러싸여 조망은 없으나

산의 기운은 담뿍 안겨있다.



5월의 싱그러움이 팥배나무꽃처럼 톡톡톡 터진다.

산사람의 늙은 발목은 툭툭툭 꺾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