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과 구름 그리고 섬
제주의 가을 풍경
산드륵
2017. 10. 5.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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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나설 때는
가을을 찾아
어디로 갈까
했다.
가을
제주의 가을
제주의 가을은
마른 풀 향기
그 풀향기에 묻어나는 바다 냄새
혹은
가을비 냄새
가을을 찾아
시간이 저무는 곳으로 걷는다.
새별오름.
그곳이 어디든
그곳에서 비껴선 길에서
간혹 그곳의 진면목을 만나는 것은
여행자의 복.
꽃길.
빛도
향기도 담담한
억새꽃길.
그 담담함이 곁에 있어
가을 엉겅퀴는 더욱 매혹적이다.
억새꽃밭 너머 북돌아진오름
억새꽃밭 너머 새별오름
겨울이 오기 전에
저마다 흰 날개가 되어 날아가는
이 꽃들을 멀리 떠나보내고 나서야
그때야 사람들은
이 꽃들이 제주의 꽃이었음을 말하게 될 것이다.
가을
가을빛
가을빛이 이러한데
내 마음이
어찌 물들지 않을 수 있으랴.
걸음을 멈추는 곳.
멈출 곳이 있다는 것이
여행자의 복.
맑은 풍경과의 인연.
그 앞에서 멈춤.
참으로
여행자의 복은 이런 것이다.
시선이 닿는 그곳에
가을과 가을비와 가을빛이 모두 함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