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사찰

매화 향기 가득한 월정사

산드륵 2018. 3. 1.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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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우물 절

 

 

가득하다

매화향

 

 

필 때

 

 

머지않아

질 때

 

 

그때

필 때나

질 때나

그 때에나 만날 수 있는 향이

오늘은 달우물에 가득하다.

 

 

하나가 피면

 

 

하나가 지고

 

 

그렇게

이어지는

인연의 길.

 

 

그 길 위에서

잠시 멈추어

홍매에게 묻는다.

 

 

나는 이 생에

왔을까. 

 

 

왜 왔을까.

 

 

홍매야

늘 그렇듯

말이 없다.

 

 

그리운 이

잠깐 보고 가려 했는데

어느새

훌쩍

시간을 넘겨버린

내가 있을 뿐.

 

 

그렇다.

 

 

매화가

피었는지

그것만 보고 가려 했는데

시간을 훌쩍 넘겨 버렸듯이

그렇게

나는 단지 세월을 훌쩍 넘겨 버렸을 뿐.

 

 

매화향.

 

 

그것이면 족하다.

 

 

마음에 돋아난 꽃.

 

 

그 한떨기로도 족하다.

 

 

족함을 넘어

오히려 넘치는

선물.

 

 

그것이

봄이 전하는 소식.

 

 

그것이

봄꽃들이 전하는 소식.

 

 

진실로

지금의 모든 생각이

천 개의 우물 속에서 찰랑이는 달처럼

붙들 수 없는 것임을 알았다면

이제

우물을 떠나라.

 

 

바라밀하라.

 

 

아낌없이 주고

아낌없이 사랑하라.

 

 

텅 비워라.

 

 

그것이

법정스님께서

살짝 일러주신

텅빈 충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