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과 구름 그리고 섬
비치미
산드륵
2018. 4. 22.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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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 가고
빗살 내리기
10초전.
빗방울 하나
빗방울 둘
빗방울 셋…….
빗방울을 세며 걷다가
다시 만난 진달래.
봄이 깊었었구나.
미처 열까지
다 세지도 않았는데
온세상에 안개비.
봄빛이
곱다.
안개비 떠도는
비치미를 걸을 수 있다는 것은
나를 잘 아는 하늘이
특별히 주는 선물.
비치미에서
세상은
오직 한걸음 내디딘만큼만 보인다.
비내리는 비치미에서
저 너머는
오직 두걸음 내디딘만큼만 보인다.
늘 그렇듯
사람들 마음도
오직 세 발자국 내디딘만큼만 보인다.
열발자국 내디디기 전에
후두둑
내릴 봄비.
그 봄비 기다려
천천히 걷자.
가다가 만난 꽃처럼 살자.
결곱게 살자.
안개비가
반쯤
가려줘야
비로소 드러나는 비치미의 고운결.
비치미에서는 한걸음도 아쉽다.
한걸음
내디딜 때마다
한걸음
비치미에서 멀어져간다.
저 편 개오름.
또 저편 큰돌리미오름.
미처 열까지
다 세지도 않았는데
저만치 멀어지는 비치미.
가을에 만나자.
발길 붙드는
고운 결이 되어
그때 만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