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과 구름 그리고 섬

웃세족은오름 가는 길

산드륵 2018. 5. 13.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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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 서남쪽 해발 1600m.

영실을 향해 걷고있다.



석가여래가

영축산에서 설법하던

그 시간처럼

그 공간처럼

그 사람들처럼

이곳은

가없이 맑아서

그 이름도

영실.



영실의 옥좌

미륵존불암의 장엄한 모습은

시공을 지워버린 짙은 회색빛 구름으로도

가려지지 않는다.



물길.



연두빛 숲길.



구름 가는 하늘길.



그런 길에서 만날 수 있는

영실.



이것이 한라다.



병풍바위에서 흘러내리는

연두빛 숨결에

심장이 뛴다.



볼레오름



점점 하강하는 구름



구름 가길 기다려

병풍바위 보고



구름 따라가다

이스렁오름 보고



그렇게

한라의 비와

구름과 안개와

그리고 바람과 함께 걷는 길.



망체오름



이스렁과 망체오름



그들의 이름을 불러주며

다시 구름되어 걷는 길.



이것이

한라에서 걷는 법.



이것이

한라에서 걷는 맛.



이것이

한라.



한라에서

모든 상념을 날려버리는

바람을 만나

좋았다.



구름만 따라가도

좋았다.



분단 나무



주목



선작지왓



웃세누운오름.



걸음을 멈췄다.

웃세족은오름 전망대.



이 생의 어떤 길에

이렇게 구름만 따라 걸어도 되는 길이 있겠나 .



웃세누운오름을 기다린다.



구름 가고

웃세누운오름이 점차 드러나는데

진달래가 모두 얼어있다.



기슭에서

정상까지

한라의 5월을 붉게 물들이던

그 진달래와 철쭉이

모두 얼어붙어 있다.



아쉬움 가득하지만

한라에게도 무슨 사연이 있었겠지.



돌아오는 길에 마주한

한라 진달래



피어도 곱다.

시들었어도 곱다.

너는 한라니까

내가 너는 그저 고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