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사찰

하원 원만사

산드륵 2018. 5. 22.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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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 오신 날

삼사순례를 끝내고

마음이 가는대로 가다가

서귀포시 하원동 원만사에 닿았다.

 

 

구비구비

깊은 산길 끝.

 

 

그 길 끝에 놓인

참 고운 절.

누가 있어

이곳의 고운 결을

함께 이야기할 수 있을까.

 

 

이곳 원만사의 시초는 방동화스님.

방동화 스님은

무오년 법정사 항일 운동을 이끌었던

주역 중의 한 분으로

1919년 3·1운동보다 한 해 앞선

1918년 무오년 항일투쟁으로 옥고를 치뤘다.

방동화스님은

감옥에서 풀려나신 이후에

그 당시 산신기도처로 알려진 이곳으로 들어와

산 기슭의 자연굴에서 수행하며 지내다가

1923년 3월에 초가 형태의 원만사를 창건하게 된 것이다.

 

 

제주 4·3사건 당시에는

양홍기 스님이 국군토벌대에 의해 처형되고

사찰이 전소되는 등

온갖 어려움을 겪기도 했던 원만사.

 

 

현재의 원만사는

정법스님께서 주석하시며

여법한 도량으로 일으켜 세우셨다.

 

 

1961년 이 절의 주춧돌을 다시 일으켜세웠던

마을의 사람들은 하나둘 이 세상을 떠났고

초파일에도 이곳은

오래전 이야기를 아는 사람들만

하나둘 모여  조용히 담소를 나눈다. 

 

 

방동화 스님이

이곳에서 수행하실 때 모시고 계셨던 불상.

지금은 도금하여 모시고 있다.

 

 

대웅전 앞에 놓인 붉은 연등만

오늘이 초파일임을 알게 하는 원만사의 풍경.

올해 2018년은

1918년 무오 법정사 항일투쟁 100주년이 되는 해라는데

그 항일투쟁을 이끌었던

방동화 선사가 머물렀던 이곳에는

바깥의 어떤  소식도 들리지 않는다.

 

 

의로운 이들이 걸었던 길의 쓸쓸함을

누가 있어 함께 이야기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던 원만사.

내년 초파일에는 이곳에서

선열들의 길을 기억하는 많은 이들이 서로서로 만나

서로서로 힘이 되길 진심으로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