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드륵 2019. 5. 9.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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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운 꽃

그 앞에서

걸음을 멈춥니다.

그렇게 삽니다.



고운 꽃

그 앞에서

시간의 기차를 놓칩니다.

그래도 좋습니다.

이렇게 삽니다.



쳇망오름 가는 길



그 길에서 만난

청남빛이 참 좋습니다.



참 좋습니다.

꽃의 그 빛 때문에

잠시 걸음을 멈추게 된 것만으로도

오늘 이 인생은 헛되지 아니하였습니다.



이대로

참 좋은 것들은

아침을 즐기는 꽃들만의 것은 아닙니다.



큰개별꽃



그들도 별입니다.



개별

개별

그렇게 불릴지라도

반짝이지 않은 적이 없습니다.



북군 애월읍 광령리

표고 1355m

쳇망오름 정상



이 길

이 풍경과 마주하고 싶어서

서너 시간 말없이 걸었습니다.



볼래오름, 이스렁



삼형제



붉은오름 뒤로

노루, 바리메, 노꼬메



한라



어승생



그리운 이름들을

참으로 오랫만에 불러봅니다.



저만치 먼 곳에 있는

그리운 것들



아버지 같은 저것



혹은 어머니같은  저것



아버지같고

어머니같은 그것들이

오름의 굼부리입니다.



정상으로부터 105m의 깊이로 빠져드는

굼부리의 그 둘레를 따라

안온함이 흐릅니다.



안심법문



혜가야

불안한 그 마음을 내놓아라

내가 편안케 해 주리라



달마시여

불안한 그 마음을 찾아보아도

끝내 찾을 수가 없습니다.



달마가 웃습니다.



내가 이미 너의 마음을 편안케 해 주었느니라.



만수동산



볼래오름과 이스렁오름



번뇌같은 미세먼지가 사라지고 있습니다.



맑은 한라의 빛 그대로가

달마의 안심법문인데

어릴적 노래를 흥얼거리게 됩니다.



돛대도 아니달고 삿대도 없이
가기도 잘도 간다 서쪽나라로

 

은하수를 건너서 구름나라로
구름나라 지나선 어디로 가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