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과 구름 그리고 섬

별이 빛나는 밤

산드륵 2022. 11. 3.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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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시 삼매봉 가는 길의 기당미술관에서 '별이 빛나는 밤'이라는 기획전이 열리고 있다.

오석훈, 김기태, 권오철, 강유정 작가가 참여하여 2022년 10월 28일에서 2023년 1월 24일까지 열린다.

 

 

 

기당미술관에서 '별이 빛나는 밤에'라는 기획전을 갖게 된 것은 기당미술관이 위치한 이곳이 바로 남성마을이기 때문이다.

남성南星은 바로 '남극노인성'을 말한다.

남성南星은 '수성 壽星', 혹은 '노인성'이라고 불리는 탐라의 별이다.

인간의 수명장수를 관장하는 별로 알려진 이 남극노인성은 제주도의 남쪽 수평선 근처에서만 볼 수 있다.

그러기에 매계 이한우는 영주십이경에서 '서진노성西鎭老星'을 찬탄하기도 하였다.

 

 

 

오석훈 화백의 '관물도'이다.

 

오석훈 작가는 늘 자연과의 교감을 통해 자아를 찾아가는 길을 '관물도'를 통해 표현해 왔다.

매해 춘분에는 이곳 삼매봉에서 남극노인성이 가장 잘 보인다고 하니 봄이 오면 별이 빛나는 밤을 기다려 오석훈 작가처럼 별과 달, 해와 자아가 하나의 축으로 연결되는 진리의 자리를 찾아보는 것도 반짝반짝 빛나는 일이 될 듯하다.

 

 

 

오석훈 화백의 '푸른별'이라는 작품은 장자 제 22편 '지북유知北遊' 편의 글을 형상화한 작품이다.

 

人 生天地之間 사람이 하늘과 땅 사이에 살고 있는 것은

若自駒之過郤 마치 날랜 말이 문틈 앞을 지나가는 것처럼

忽然而已 순간적인 일에 불과합니다.

注然勃然 만물은 자연의 변화에 따라서

莫不出焉 모두가 생겨납니다.

 

장수를 상징하는 '노인성'과 장자의 '홀연이이忽然而'가 서로 대비되면서 검푸른 별 속으로 빠져든다.

 

 

 

한라 - 별이 내리다(한라성우漢拏星雨) - 오석훈

 

 

 

점에서 - 오석훈

 

 

 

효천(曉天) - 오석훈

 

오석훈 작가는 그의 작가노트에 다음과 같이 적었다.

 

현대 천문학자 칼 세이건은 지금도 태양계를 넘어 우주로 향하고 있는 보이저 1호가 보내온 지구 사진을 보고 지구는 "우주라는 광활한 극장의 아주 작은 무대에 불과하다. 저 창백하게 빛나는 점은 암흑으로 뒤덮힌 우주 속 외로운 하나의 알갱이와 같다."고 했다. 우리는 지구촌이라는 티끌과 아주 작은 공간에서 갈등하고 경쟁하고 살아가고 있다. 우주적 공간과 시간으로는 '눈 깜짝할 새'에 지나지 않는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어디에서 왔으며 어디로 가는 것인가. 광활한 우주는 이 물음에 대해 넌지시 그 방향성을 건네주는 것 같다. 우리는 티끌같이 작은 '푸른 별 ' 지구에서 소립자의 삶을 살다 다시 언젠가는 본향으로 돌아가야 한다. 별은 우리의 고향이다.

 

 

 

별의 길은 다시 한라에서 백두로 그리고 우주로 이어진다.

권오철 작가의 '제주도 푸른밤'이라는 작품이다.

 

 

 

제주도 한라산 정상 - 권오철

 

 

 

백두산 천지 - 권오철

 

 

 

제주도 한라산 윗세오름(별일주) - 권오철

 

 

 

제주도 새별오름 - 권오철

 

 

 

캐나다 옐로나이프 오로라 - 권오철

 

권오철 작가는 한라산과 백두산의 별, 그리고 캐나다 옐로나이프 오로라 등을 카메라에 담았다.

한라에서의 별과 백두에서의 별들이 모두 우주의 같은 별이겠지만 우리는 보이는 것만 보는 습성을 지녔다.

 

 

 

 

이 산에서 저 바다에서 우리의 시선이 닫는 모든 곳에서 별이 빛난다.

강유정 작가의 '인왕산: 아퀼라'이라는 작품이다.

 

 

 

파도 : 프라이아데스 - 강유정

 

 

 

작가들의 시선에 포착되지 않은 곳에서도 별은 스스로 길을 만들어 가고 있다.

그러기에 시선을 돌리면 그곳에 별이 있었던 것이다.

별의 길이 있었던 것이다.

 

'외딴 오솔길이 내는 소리, 향기 그리고 주변에서 올라오는 습기는 한데 모여 작은 오로라를 만들어내기도' 함을 포착한

김기태 작가는 그 길에서 찾아낸 물아일체의 흔적을 표현한다.

김기태 작가의 'Unknown Artist - Mar 14th 20 '라는 작품이다.

 

 

 

Unknown Artist - March 19th 1974 - 김기태

 

 

 

Unknown Artist - June 1st 19 - 김기태

 

 

 

별의 길이 한라의 황톳길로 이어진다.

이곳 기당미술관에서는 '폭풍의 화가'로 알려진 변시지 화백의 작품을 상설전시관에서 만날 수 있다.

변시지 화백의 '한라산'이라는 작품이다.

 

 

 

서귀포 풍경 - 변시지

 

 

태풍 - 변시지

 

 

기다림 -변시지

 

 

해촌 - 변시지

 

 

상설전시관의 변시지 예술공간.

이곳은 변시지 화백이 2013년 6월 8일 타계할 때까지 창작활동을 하던 서귀포시 서홍동 '변시지 예술공간'을 그대로 옮겨와 재현한 것이다.

 

 

 

세개의 못난이 인형.

1970년대에 대한민국 가정에는 하나씩 있었던 인형이다.

대한민국에서 출시된 거의 최초의 플라스틱 완구로서 기묘한 얼굴의 희노애락이 마치 탈을 쓴 모습처럼 보인다.

이 인형이 왜 인기가 있었는지는 여전히 알 수 없지만 이 시대를 살아본 사람들은 누구나 기억하는 인형인 것이다. 그렇게 못난이 인형은 남고 변시지 화백은 떠났다.

 

시간과 공간이 교차하는 그 '忽然而已'의 자리에서 별이 빛나는 밤을 맞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