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드륵 2023. 3. 28.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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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다리꽃

 

 

알오름 기슭의 장다리꽃

 

 

바람이 흘러간 곳마다 장다리꽃 피었다.

 

 

바람의 길이 곧 꽃의 길

 

 

꽃의 향기가 곧 바람의 향기

 

 

바람의 향기가 곧 봄의 향기

 

 

그 향기

눈에도 곱다

 

 

곱다라고 되뇌이는

그 순간

봄은 거기까지

 

 

오름 위의 외계인들

 

 

중력을 벗어나 고향으로 돌아가고자 애쓴다

 

 

저기 성산

 

 

저기 한라

 

 

그 위로 초승

 

 

그 봄의 무게가 무거워

귀향하지 못한 그들은

장다리꽃 향기 속에 숨었다

 

 

또 어느 봄날

장다리꽃 피고

달이 뜰 즈음이면

잊지말고 만나자 속삭이면서

꼭꼭 숨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