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순 쌍봉사

전라남도 화순군 이양면 사자산 쌍봉사

쌍봉사의 창건 연대는 정확하지 않으나, 곡성 태안사에 있는 혜철부도비에 혜철이 신무왕 원년 839년에 당나라에서 돌아온 후 쌍봉사에서 여름을 보냈다는 기록이 있는 것으로 보아 적어도 839년 이전에 창건되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855년에는 철감선사가 이곳에서 선문을 개설하여 구산선문의 하나인 사자산문의 기초를 마련하고 개산조가 되는데 이때 쌍봉사의 사세가 확장되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고려시대에는 최씨무신정권 3대 집권자인 최항이 쌍봉사의 주지를 지냈다. 이후 조선과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사세가 껶여 나갔으며, 1911년에는 사찰령의 시행으로 해남 대흥사 말사로 편입되었다. 해방 이후에는 대한불교 조계종 제21교구 송광사 말사로 편입되어 있다. 현재 쌍봉사에는 대웅전, 지장전, 극락전을 비롯하여 국보 철감선사탑, 보물 철감선사탑비 등을 찾아볼 수 있다.

쌍봉사자문
쌍봉사의 사명은 창건주 철감선사의 도호道號가 쌍봉에서 유래하였다고도 하고, 쌍봉사를 감싸고 있는 사자산의 봉우리가 쌍봉이어서 쌍봉이라는 유래도 있다.

호수의 하늘에 맑은 구름이 떴다. 진여묘성이란 이런 것인가.

사자산문 쌍봉사의 길없는 길로 천천히 걷는다.

쌍봉사 대웅전

쌍봉사 대웅전은 정면 1칸 측 1칸 3층 목탑양식의 독특한 전각이다. 고려 문종 35년인 1081년 중건하였으나 정유재란 때 화재로 소실되어었고, 다시 1628년에 중건되었다. 현재의 대웅전은 1986년에 복원된 것인데, 1962년 해체 수리 기록에 의거하였다고 한다.

도지정유형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는 화순 쌍봉사 대웅전 목조삼존불상. 석가모니 부처님을 본존불로 봉안하고 좌우에 가섭존자와 아난존자를 모셔놓았다.
항마촉지인을 한 석가모니불의 상호는 부드러우며 중생들을 살펴보시듯 고개를 앞으로 숙이고 있다. 아난존자는 젊고 생동감있으며, 부처님의 정법안장을 이어받은 가섭존자는 연륜이 있어 보인다. 1984년 당시 화재가 발생하였는데 아랫마을 최씨 일가가 대웅전의 삼존불상을 모시고 나오면서 지금까지 이 대웅전에 계실 수 있었다.

2024년에 만난 쌍봉사 대웅전 부처님. 원래 이곳에 있던 삼존불은 개금을 위하여 다른 곳으로 옮겨진 상태이다. 순하고 부드러운 미소의 부처님께서 삼존불이 돌아올 때까지 좌복 위에 앉아 계실 것이다.

호성전
쌍봉사 호성전은 T자형 맞재지붕 건물로 우리나라에서 유일무이한 형태의 전각이다. 원래는 조선 세조의 위패를 봉안했던 건물이었으나, 현재는 쌍봉사 창건주 철감澈鑑 도윤 道允선사와 중국 조주趙州 종심從諶 선사의 진영이 모셔져 있다.

이 쌍봉사 호성전에 두 선사가 함께 모셔진 것은 남전선사 문하의 두 출중한 선사를 기리기 위한 것이라 한다.
철감선사는 신라 헌덕왕 17년 825년 28세에 중국으로 유학을 가서 남전南泉 보원普願 선사의 제자가 되었는데 그때 조주선사를 만났다. 조주선사는 철감선사보다 20년 연상의 사형으로서 이미 남전선사에게서 '평상심시도平常心是道'라는 말을 듣고 단박에 깨달음을 이룬 출중한 스님이었다. 뿐만 아니라 조주선사는 훗날 사람들이 도를 물어오면 "차나 한 잔 마시게", "바리떼나 씻게나" 등등 생활현장과 다도 등을 선의 세계로 끌어들여 생활선을 제창한 고불古佛이라고 칭송받는다.
철감선사가 조주선사와 남전선사 문하에서 함께 공부했던 시기는 825년에서 834년까지 11년 정도였으나 남전 문하의 조주선사와 철감선사의 인연은 남달랐다. 그 철감선사가 중국에서 우리나라로 돌아올 당시에, 남전선사께서는 "우리 종宗의 법인法印이 동국으로 돌아가는구나."라고 하여 석가세존의 법을 인가하였다.
남전선사의 가풍은 조주선사를 통해 중국에 이어졌고, 철감선사를 통해 우리나라에 이어졌다. 이 인연을 소중히 여기고자 하여 쌍봉사 호성전에는 법法과 차茶에 인연이 깊은 두 분의 진영을 모시고 예배하고 있다. 조주선사 진영은 조주선사가 40여년 동안 머물렀던 중국 하북성 백림선사에 모셔진 송나라판 주조선사 영인본을 기초로 제작한 것이라 한다.

나한전

쌍봉사 나한전에는 대웅전 삼존불과 똑같은 양식의 삼존불이 봉안되어 있다. 석가모니 부처님 시선에서 보면 오른쪽으로는 아난존자가, 왼쪽으로는 가섭존자가 서 있고 양옆으로는 나한님들이 당당한 모습으로 선정에 들어있다.

쌍봉사의 어느 시선에서 보아도 목탑 양식의 대웅전을 중심으로 가람이 펼쳐져 있는 평지사찰의 아름다움을 만날 수 있다.

쌍봉사 극락전의 목조아미타여래좌상

지장전. 국가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는 쌍봉사 지장전 목조지장보살상 일괄이 보존되어 있는 전각이다.

지장전의 목조지장보살
지장전은 모든 중생을 구원할 때까지 성불하지 않겠다고 원을 세운 지장보살이 계신 곳이다. 쌍봉사 지장전에는 지장보살좌상을 중심으로 좌우에 도명존자와 무독귀왕 죽은이를 심판하는 시왕, 판관, 귀왕, 동자, 사자 등 모두 21구의 목조상이 봉안되어 있다.
2024년 현재에는 지장보살상이 개금 채색을 위해 다른 곳으로 옮겨진 상태이다.

지장보살과 도명존자, 무독귀왕 좌우에는 조선시대 시왕상 중에서 가장 빼어난 조각 기법의 국보급 시왕상이 자리에 앉아있다. 시왕상은 모두 머리에 관을 쓰고 있으며 옷은 융복과 곤룡포 차림이 섞여 있다. 의자 양쪽에는 용이 여의주를 물고 있는 모습이 조각되어 있다. 시왕들 사이에는 시왕을 보좌하는 판관, 귀왕, 동자, 사자 등 6구가 서 있는데, 원래는 각2구씩 8구가 있었다고 한다. 목조상들의 채색은 현대기법으로는 재현할 수가 없어서 퇴색한 예전 빛깔 그대로라고 한다. 쌍봉사 지장전 목조지장보살일괄은 각 상들의 명칭과 수량, 조성시기와 동기 조성자 등이 기록되어 있는 조성기가 남아있어서 불상 연구에 귀중한 자료로 평가받고 있다.

쌍봉사 목탑 대웅전을 중심으로 도량석을 돈다.

쌍봉사철감선사탑
이 부도탑은 목조 건축에서나 볼 수 있는 여러 가지 섬세하고 정교한 기법으로 완성해낸 석탑으로 신라시대 최고의 걸작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철감선사는 원성왕 14년 798년에 출생하여 18세 되던 해에 출가하였고 이곳 쌍봉사에서 경문왕 8년 868년에 입적하였다. 이 부도탑은 8각 원당형의 탑으로 신라의 여러 부도 가운데 조각과 장식이 가장 화려한 최대의 걸작품이다. 막새기와 안의 연꽃 조각은 조각공의 필생의 원력으로 조성하였을 것으로 보고 있다.

나무를 다루듯 자유자재로 돌을 다듬어 완성한 철감선사 부도탑

비천상과 사천왕은 물론 각양의 여러 조각이 숨막히게 아름답다.

쌍봉사 철감선사 탑비. 비신은 일제강점기에 잃어버렸다고 한다. 국가유산 보물로 지정되어 있다. 거북 모양의 받침돌과 비석 위의 이수만이 남아 있다. 사각의 바닥돌 위에 거북은 용의 머리를 하고 여의주를 문 모양이다. 거북등은 이중테두리의 6각형무늬를 새기고 있다. 앞 오른발 세 개 발가륵을 살며시 들어올린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다.

이수에는 용 조각을 생략하고 구름무늬를 새겼다.

쌍봉사에 들어서면 어디에서나 경배하게 되는 목탑 대웅전. '나'의 중심에도 늘 자비의 목탑이 여여하기를 기원한다.

가을에 멈춘 쌍봉사 부도전. 이곳에서는 모든 것이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