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 불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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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남도 나주 초전성지 덕룡산 불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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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룡산 불회사 사적비에 의하면 불회사는 366년 인도의 마라난타 스님에 의해 창건된 사찰이다. 656년에는 신라의 희연조사熙演祖師께서 재창하였으며, 1264년경에는 원진국사圓眞國師께서 삼창三創하셨다. 조선 정조 22년 1798년 2월 덕룡산에 큰 불이 나서 사찰 전각이 완전히 소실되었는데 당시에 이 절의 주지였던 지명知明스님에 의해 1799년 5월 15일 상량하였고, 1808년에 전각을 모두 복원하였다. 그러나 6.25전쟁으로 인해 몇 개의 전각만을 남겨두고 모두 소실된 것을 불회사 회주 정연스님이 1991년에 주지로 부임하여 25년 간의 불사를 통해 복원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신증동국여지승람』 등에 불회사가 '불호사佛護寺'로 기록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초창 때는 불호사로 불리다가 순조 8년 1808년 무렵부터 불회사로 바뀐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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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불회사에는 1264년경 불회사 중창불사 중이던 원진국사圓眞國師와 호랑이에 관한 재미있는 전설이 전해진다. 한때 원진국사는 이 산에서 사람을 잡아먹고 입에 비녀가 걸려서 고통스러워 하고 있는 호랑이를 만났다. 이에 원진국사는 호랑이 입에 걸린 비녀를 빼주고 살생의 업보에 대해 참회하도록 가르침을 주었다. 그후 원진국사가 불회사 중창불사를 진행하며 어려움이 닥칠 때마다 은혜입은 호랑이가 나타나 공사는 원만히 회향되고 결국 대웅전 상량식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상량식 날에 일의 추진이 늦어져 어느새 해가 저물어 가게 되었다. 이에 원진국사는 산꼭대기에 올라가 지는 해를 붙잡아두고, 예정된 날짜에 상량식을 마쳤다. 이때 원진국사가 지는 해를 붙들어두고 기도한 자리가 일봉암인데, 지금도 이곳에서는 해마다 해맞이 행사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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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불회추내장春佛會秋內藏
봄에는 불회사 가을에는 내장사
마라난타가 머물렀던 이곳
동백나무숲으로 비자나무 향기 스미니
인연이 되면
마라난타가 전해주고간 차나 한 잔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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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회사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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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여문으로 들어가는 길이 아름답다. 진여문 뒤로는 2002년 건립된 정면 3칸,측면 2칸의 천왕문이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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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양루. 원래 대양문이 있었던 곳에 2000년에 정면 5칸, 측면 3칸의 익공계 팔작집을 지어 올려 대양루라 하였다. 앞에서 보면 2층이지만 뒤에서 보면 단층이다. 비로자나찻집이 있으니 문을 살짝 열고 들어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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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사찰사료』에 의하면 불회사는 백제 침류왕 원년에 마라난타가 진나라로부터 와서 창건했다고 한다. 마라난타는 불회사를 세우고 도성으로 돌아갔다는 일설도 있으며, 불갑사를 창건했다는 설도 있다. 이는 불회사의 연혁뿐 아니라 백제의 불교 전래 경위를 밝히는 중요한 기록으로 판단된다. 불회사에는 마한시대 인도 마라난타 스님께서 불교를 전하면서 함께 심은 것으로 알려진 불회사 차밭이 덕룡산 서쪽 기슭에 위치하고 있다. 면적은 3ha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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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회사 대웅전. 국가유산 보물로 지정되어 있다. 1799년 정조 23년 중건된 정면 3칸, 측면 3칸의 다포집으로 자연석 기단위에 팔작지붕을 올렸다. 통판으로 된 정면 어간문 왼쪽에는 수생동식물, 오른쪽에는 육상동식물들이 조각되어 있다. 그 양 옆으로는 화려한 연화문을 새겼다. 대웅전 안에는 국가유산 보물 건칠비로자나불과 전라남도 유형유산 관세음보살, 대세지보살이 함께 봉안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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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회사 대웅전의 비로자나불과 좌우 협시 관세음보살. 대세지보살. 비로자나불은 종이로 만든 지불紙佛로 매우 드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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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 불회사 대웅전 본존불은 진리 그 자체를 상징하는 비로자나불로서 주먹을 쥔 왼손을 오른손이 감싸 쥐고 있는 지권인을 하고 있다. 왼손은 중생, 오른손은 부처를 상징하며, 오른손이 왼손을 감싼 것은 부처와 중생, 미혹과 깨달음이 본래 하나라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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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자나불의 지권인은 통일신라시대와 고려시대에는 오른손이 왼손 집게 손가락을 감싸쥐는 형태로 만들어졌는데, 고려 후기부터는 왼손이 주먹을 쥐는 형태로 변하였다. 이 불상은 이러한 수인의 변화를 잘 보여주고 있으며, 제작 수법도 우수하다고 평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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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웅전 천장에는 용, 연꽃, 게, 학 등등 다양한 동식물의 모습이 새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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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은 물고기를 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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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와 게, 학, 붉은 꽃 등등이 우주를 수놓는다. 어디가 하늘이고 어디가 바다인지 알 수 없다. 해인 海印의 세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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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락전. 불회사 극락전은 아미타불을 모시고 영가들의 영구위패를 모시고 있는 전각이다. 2013년도에 건립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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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각. 불회사 삼성각은 1799년 정조23년에 건립되었다. 정면 3칸 측면 2칸의 건물이다. 칠성탱화, 산신탱화, 용왕탱화 등이 모셔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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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한전. 불회사 나한전은 1797년 정조23년에 건립된 전각이다. 정면 3칸 측면 2칸으로 조성되었다. 부처님과 16나한을 모시고 있으며, 오른편에는 불회사 중창주 원진국사의 진영을 모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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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부전. 불회사 명부전은 조상천도를 위한 근본도량으로 1799년 정조23년에 나한전과 함께 조성되었다. 정면 3칸 익공계 맞배지붕 건각이다. 지장보살을 중앙에 모시고 그 좌우에 동자 2위와 도명존자, 무독귀왕을 비롯한 시왕상, 판관, 녹사, 사장당, 금강역사상을 각각 양쪽에 나누어 배치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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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인연인지 사찰답사 때마다 불회사를 거치게 된다. 처음에는 스스로 찾아서 갔지만 그 이후부터는 동으로 가도 그 길 앞을 지나게 되고, 서로 가도 그 길을 통과하게 되면서 급히 핸들을 틀고 찾게 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직 이곳에서 만나지 못한 무엇이 남아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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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고찰 불회사. 종각을 떠나지 않는 겨울 햇살 아래서 잠시 노닐다가 마침내 이 겨울 사찰 답사를 회향한다. 따사롭고 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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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간 일이긴 하지만, 2024년 불회사에서는 국가유산청과 함께 전통사찰활용 프로그램 사업이 진행되기도 했다. “범내려왔다”라는 제목으로 불회사를 상징하는 다섯 가지 문화재 찾기와 숲 체험, 건칠비로자나불 만나기 등등 다양한 체험 행사가 진행되었다. 나도 장소별 QR 코드 퀴즈 참여 하기에 동참해 보았는데 선물은 받지 못하였다. 사업은 종료되었으나 불회사 템플스테이 등을 통해 더 깊은 체험을 경험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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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회사의 비로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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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자나불을 모시고
비로선원毘盧禪院에서 수행하며
마라난타께서 전해주신 비로차榧露茶를 마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