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드륵 2008. 2. 29.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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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버리고

산을

벗으로 청하였습니다.

 

한라산 북서쪽 아랫동아리

표고 1169m 지경 약 2km

제주도의 오름 중 가장 큰 산체로 추정되는

어승생악 정상에서

큰 벗 한라와 마주합니다.

 

어승생악에서

나의 빈 집은 보이지 않는데

산은 자꾸

나의 부재(不在)에 대해 생각하게 합니다.

 


어승생악!

 

예부터

명마(名馬)의 산지로 이름난 이곳은

임금이 타는 어승마(御乘馬)가

이 산 밑에서 태어났다고 하여 어승생(御乘生)

신성(神聖)한 곳이라 하여 얼시심

몽고식 지명인 어스솜 등

여러 이름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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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 때(1797)에는 이곳에서 용마(龍馬)가 태어나

목사 조정집이 왕에게 바치자

노정(盧正)이라는 이름을 내리기도 했는데

이 노정은

고려시대 시승 혜일스님, 의녀 김만덕 등과 더불어

제주도 삼기(三奇)로 불립니다.

 

또한

제주에 유배왔다가

목사 변협에 의해 장살당한

보우대사가

"이 몸은 가서, 총이말로 다시 태어나 천하를 달리리라"고 하였는데

그후 효종 때 아니나다를까 큰 총이말이 나오자

조정에서는 이를 보우의 후신이라 하여

베어 죽입니다.

그러자 갑자기 청천 벽력이 치면서

날이 어두워졌다 밝아졌다 했다는 기록이

탐라국서에 남아있습니다.

 

전설을 뒤집어 보면

보우대사를 장살하고 난

그들의 두려움이 어떠했는지

짐작할 것도 같습니다.

 

이 어승생 정상 아래로는

화구호도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오래전 기억이지만

그때는

화구호 앞 나무들이 키가 작아서

물가에 내려가 서성였던 기억이 또렷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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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승생악 정상에

일본군이 구축해놓은

토치카도

태평양 전쟁 말기의

오래된 기억을 그대로 간직한 듯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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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치카 내부의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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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치카 안에 서면

사람의 시점과

산의 시점 사이에서 

저 먼 곳을

바라보게 됩니다.


 

한 점을 바라보는

사람의 시점과

우주를 바라보는

산의 시점


그러기에

산에서

무너져 내리는 건

토치카뿐만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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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기에

산에서 내려오며

다시 한 번

뒤를 돌아봅니다.

 

산의 시점을

오래 기억하려

뒤를 돌아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