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과 구름 그리고 섬

베튼게에서 드리는 한가위 편지

산드륵 2008. 2. 29.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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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의자에 걸터앉아

먼 바다를 바라봅니다.

바다 앞에서는

시름도 물거품입니다.


누군가

스스로를 벗어 바위에 걸어놓고 떠나간 바다.



눈과 코와 입으로 바라보는 바다



서귀포시 대포동 베튼게의 풍경입니다.

올 한 해

제주 땅에는 이러저런 시름이 참 많았습니다.

 

한 걸음 놓을 때마다

꽃잎이 아니라

한 걸음 놓을 때마다

검은 눈물이었습니다.

 

그러나 올 한가위에는

그동안의 모든 시름 내려놓고

편히 쉬고 가시라고

베튼게의 빈 의자를

산책님들께 권해 드립니다.

 


가난한 마음 위로

환한 달이 밝아올 한가위에는

도란도란

방석을 나눠 앉는 것으로

그동안의 안부를 대신 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