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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녕의 바다, 그리고 바다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

by 산드륵 2011. 5.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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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갈매기 날아온다.

 

제주.

그 중에서도 갯바람 진한 구좌의 김녕.

그 중에서도 물 맑은 김녕의 청수동.

 

옛사람들이 바다에서 돌아와 뭍으로 오를 때

바다의 짠내를 씻어내던 맑은 민물통에

이제는 바다새만 날아와 발을 담근다.  

 

봄날의 바다

아지랑이가 피어 수평선을 만든다.

 

아지랑이 속에서 떠도는 배

 

수평선을 보고 싶은 사람

 

자기가 아지랑이인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한다.

 

두런두런 사진첩을 꺼낸다.

지난달 찍어두었던 김녕 해신제의 모습이다.

 

해신제를 주관하는 심방의 모습

 

바다와 함께 살아가는

마을 사람들의 간절한 소망을 담아

하나하나 이름을 부르며 축원을 올리고 있다.

 

흰 넋이 너풀거리는 바다로 향하려 한다.

 

바다에서 떠도는 영혼들을 달래고

용왕에게 바다에서의 무사고와 풍성한 수확을 기원하는 잠수굿

 

큰시루떡, 사발시루떡, 고리동반떡, 돌래떡과 함께

문어와 소라 등등의 해산물도 올려져 있다.

 

정성으로 빚어내는 굿판에

큰시루떡과 고리동반떡은 나이 많은 잠수들이 만들고

사발시루떡과 돌래떡은 그보다 나이가 적은 다른 잠수들이 만들어 올렸다.

 

바다로 가는 길.

사뭇 비감하기까지 하다.

 

오늘날, 많은 곳에서 해신제가 사라졌지만

이곳의 잠수굿은

여전히 마을 사람들의 희로애락과 함께 하며 풍성하게 베풀어지고 있어 인상적이었다.

 

보름 날이 다가온다.

달이 끄는대로 바다는 멀리 밀려나가고

갯바위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깊어지는 바다로 향하는 연인을 향해

공무도하가를 부르는 사람들

 

고운 모래 위에서 햇살을 맞이하는 사람들

 

발목을 적시며 행복한 사람들

 

그들 옆에서

바닷가 마을 사람들은 우뭇가사리 채취에 한창이다.

 

노인의 걸음이 무겁다.

 

해녀들이 채취한 우뭇가사리는

남자들이 옮긴다.

 

연거푸 자맥질을 하는 해녀들

 

얕은 바다에서의 우뭇가사리 채취여서 그런지

숨비소리는 덜하다.

 

부모를 따라와 일손을 돕는 젊은이는

바위에서 자꾸만 미끄러진다.

 

노인네들만 가득한 바닷가에서 홀로 애쓰는 젊은이

다시 바위에서 미끄러질까봐 두 발을 움직이지 못하고 있는 중이다.

 

지게가 없으면 등짐으로 

잠수가 올린 우뭇가시리를 나른다.

 

고단한 제주역사와 함께 살아온 제주 해녀들

 

그러나 해마다 해녀들의 수는 줄어들어

그들의 자맥질도 이제 곧 추억이 될 터이다.

 

월정리 해안가에 늘어선

해녀들의 오토바이

 

김녕, 월정, 행원, 한동, 평대에 이르기까지

해안 곳곳 온마을 사람들이 공동 작업 중이다.

 

저기 저 늙은이

저 짐 벗어 나를 주소.

 

젊은이가 쉽게 눈에 띄지 않는 바닷가 일터에는

백발이 성성한 노인들뿐. 

초점을 잡고 바라보면서도 그저 죄스러운 마음이 먼저 밀려온다.

 

물에 들지 못하는 늙은 할머니는

얕은 갯가에서

한 줌 또 한 줌 그렇게 바구니를 채운다.

 

지팡이를 짚고

오래 멈추었다가

겨우 한 발을 앞으로 디디며 나간다.

 

우뭇가사리 한 줌 뜯는다.

 

바구니에 넣는다.

 

그리고 다시 바닷속을 주시한다.

 

다시 한 줌 뜯는다.

여태 두 발은 처음 디딘 그 자리 그대로다.

썰물에 나가 밀물에 돌아올 터인데

그 사이에 저 바구니가 채워는질지 걱정이 된다.

 

어디로 날아갈까.

 

바다로

 

뭍으로...

어디로...

 

뭍에서는 바다로...

바다에서는 뭍으로...

그렇게 빙빙 자전한다.